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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Muse Jun 23. 2022

[사장 일기]식당 사장의 만취 후일담

간만의 '부어라 마셔라'에 빠진 날

가끔 아직도 옛 직장에 다니는 동료를 만나면 묻습니다.


"요즘도 그렇게 몰려다니며 부어라 마셔라 마시고 그래?" 그러면 하나같이 이렇게 답해요. "아니 요즘은 회사 분위기도 싹 달라져서 그런 거 없어.갑자기 술 먹자면 다들 도망가지."라구요.

식탁 세팅도 하고 테이블 플랜 페이퍼도 만들었어요.제대로 마셔보려구요!

한 이십 년 전, 생방송을 마치고 나오면 "어이, 달빛도 교교한데 어디 가서 다들 한 잔 하자"하며 후배들을 아울러 선술집으로 향하시던 이 모 국장님이 그리워지네요.

회는 제 가게에 없어서 포장해 와서 금가루만 뿌려봤습니다.

열심히 따라다니며 미친 듯이 술도 마시고 새벽 해장도 하고 열변 토하며 토론도 하곤 했던 추억들....


모처럼 그때만큼이나 달려봤어요. J팀장님, S매니저님. 오래간만에 만난 참 나이스&스마트한 분들이라 기분이 한껏 Up 되어 술이 술술!

안주를 코스로 준비하면서 얼마나 흥이 나던지... .

가게 재료 탈탈 털어 코스로 꾸며보고 회 한 접시 시켜다가 금가루도 뿌려보며 흥에 겨워 만찬을 준비했어요. 토마토 치즈샐러드, 달팽이 그라탕, 캐비어 올린 아귀간 타르타르, 전복,새우,관자 마늘 볶음 등 춤만 안 추었을 뿐 얼마나 신나게 준비했는지 모릅니다.


밉상인 사람 밥 한 끼 차리라고만 해도  그 자리에서 앓아 눕고 싶지만 좋은 사람들을 위한 술자리의 안주를 만들라면 예전부터도 혼을 담아 만들내곤 했지요.


오죽하면 요리책을 썼다니 선후배들이 다들 안 믿었어요. "요리책은 무슨, 폭탄주에 먹을 안주책을 냈다면 내가 믿겠다"라면서요.


그때나 지금이나 술 취하면 주책질은 여전해서 깨고 난 후 부끄러움은 오롯이 나의 몫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것.


다시는 술 마시고 오버하지 않기로 다짐해보지만 좋은 사람들과 맘 터놓고 마시다 보면 글쎄, 잘 될지는 미지수라지요.


요즘은 촌스럽다하겠지만 가끔은 술자리에 가자고 누가 좀 반강제로 끌어주면 정말 좋겠구요.  술 못 이기는 후배 등도 두드려주고 싶고 그러네요. 돈 없으면 풀었던 시계 맡기고 소주 한 병 더 마시기도 했던 그 시절이 새삼 그리워집니다. 


...그만큼 늙었다는 얘기겠지요.책이 늘어난 만큼 추억에 대한 그리움도 커지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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