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wine or Eiswein
최근 아이스와인은 찬밥 신세다. 과거와 달리 달콤한 음식이 지천에 널렸기 때문일 것이다. 굳이 와인에서 단맛을 찾을 이유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다이어트 때문에 단것을 멀리하는 것도 이런 추세에 한몫했다. 어떤 이유에서건 '단맛이 너무 강한 와인은 싫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아이스와인은 해외여행 후 면세점에서 사 오는 기념품이나 선물 정도의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단언컨대 아이스와인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아이스와인의 단맛은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끈적하고 무작정 달기만 한 단맛과는 확연히 다르다. 아이스와인의 단맛은 신선한 신맛과 조화를 이루며 산뜻하면서도 복합적인 여운을 오래도록 느끼게 한다. 비교할 수 없이 농밀한 과일 풍미는 한 번 빠져들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강렬한 유혹이다.
아이스와인(Icewine), 독일어로는 아이스바인(Eiswein)이다. 원조는 독일이지만 최근 명성을 떨치는 나라는 캐나다다. 이외에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북부 등 유럽 일부와 미국 북서부 등에서도 아이스 와인을 만든다. 아이스와인 생산지역은 모두 겨울 기온이 매우 낮다. 아이스와인은 로마 시대에도 만들었다는 기록이 존재하지만 상세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은 18세기 초반 독일이다. 하지만 20세기 중반까지도 아이스와인 생산은 대단히 희소했다. 독일에서 본격적으로 아이스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도 1961년 이후다. 캐나다에서는 1970년대 초반 독일 출신 와인메이커가 아이스와인을 처음 생산했는데, 의도한 것이 아니라 강추위로 포도가 수확 전에 얼어버리는 우연한 사건 때문이었다. 캐나다에서 상업적인 목적으로 아이스와인을 처음 생산한 곳은 1984년대 나이아가라 기반 와이너리 이니스킬린(Inniskillin)이다. 이후 캐나다 아이스와인은 1990년대 초반 국제적인 명성을 쌓으며 생산량을 늘렸고, 아이스와인 최대 생산국이 되었다.
아이스와인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정성과 노력, 기술은 물론 인내가 필수다. 아이스와인은 수확하지 않은 채로 나뭇가지에 달려 있는 포도가 얼 때까지 기다려 만든다. 수확한 포도를 인위적으로 얼려서 만드는 게 아니다. 법적으로 캐나다는 기온이 -8 °C, 독일은 -7 °C 이하로 떨어져야 수확할 수 있다. 이는 일반적인 수확시기보다 몇 개월 이상 늦은 시기다. 혹시라도 강추위가 오기 전에 포도가 썩거나 상해버리면 아이스와인을 만들 수 없다. 들짐승들의 먹이가 되거나 낙과가 되는 경우도 많다. 갑자기 지나친 강추위가 와도 문제다. 너무 단단하게 얼어 착즙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확은 포도가 녹지 않도록 추운 밤과 새벽에 진행한다. 극도의 추위 속에서 일일이 손수확해야 하는 중노동이다.
포도는 얼어 있는 상태로 빠르게 와이너리로 옮겨 부드럽고 빠르게 압착한다. 착즙량은 일반 포도에 비해 극히 적다. 게다가 당도가 높기 때문에 발효를 진행하려면 특별한 효모가 필요하다. 발효에는 한 달 이상 긴 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수고스러운 작업으로 비용이 증가하기에 가격이 비싼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투입되는 노력과 자본, 그에 비해 극도로 적은 수확량을 고려하면 가격은 오히려 저렴하다고 보는 게 맞다. 또한 아이스와인 생산은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독일의 아이스바인은 프라디카츠바인(Prädikatswein) 카테고리에 포함된다. 포도즙의 당도 기준은 베렌아우스레제와 같다. 캐나다의 아이스와인 주산지인 브리티시 콜롬비아와 온타리오는 VQA(Vintners Quality Alliance)의 엄격한 규제 하에 아이스와인을 생산한다. 이는 유럽의 아뻴라시옹(Appellation) 규정과 유사한 수준이다. 최소 당도 기준은 독일보다도 높다. 무엇보다 주요 생산자들 스스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고품질 아이스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이스와인은 다양한 품종으로 만든다. 하지만 독일과 오스트리아 아이스바인을 대표하는 품종은 역시 리슬링(Riesling)이다. 캐나다는 비달(Vidal)이다. 비달은 프랑스에서 개발한 하이브리드 품종인데, 추위에 강하고 수확 시 당도가 높아 캐나다의 주요 품종으로 자리 잡았다. 이외에 레드 품종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으로 만든 아이스와인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미국 등 다른 국가들에서도 다양한 품종으로 아이스와인을 만들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아이스와인은 무작정 달기만 한 게 아니다. 농축적인 과일맛과 꿀 같이 복합적인 여운이 적절한 신맛을 타고 길게 이어진다. 농밀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뒷맛은 깔끔하다. 단맛이 강하기 때문에 누가 마셔도 즉각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맛없없'이다. 호불호도 적다. 구매 후 바로 마셔도 좋지만 몇 년 숙성하면 미묘한 여운이 더욱 살아난다. 정찬을 마무리하는 디저트 와인으로 안성맞춤이지만, 일상적인 저녁 식사 후 입가심으로 즐기는 것도 좋다. 개봉 후에도 마개를 막아 냉장 보관하면 1~2주 정도는 거뜬히 즐길 수 있으니 오래 두고 마셔도 된다. 다양한 디저트, 치즈, 과일 등과도 잘 어울린다. 아이스와인을 에브리데이 와인으로 즐겨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