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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와인 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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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인 척한 고냥이 Aug 25. 2019

콜키지, 상생의 이름으로

고객과 업장이 모두 만족하려면 역지사지가 필요하다

 ‘콜키지(corkage)’는 고객이 와인을 음식점에 가져와 마시는 경우 음식점에서 고객에게 부과하는 요금을 뜻한다. 여기에는 와인 글라스는 물론 경우에 따라 사용되는 디캔터(decanter)나 쿨러(cooler), 코르크를 열고 와인을 따르는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과정에 대한 요금이 포함된다. 단순히 와인 글라스를 제공하는 요금이 아니라는 뜻이다. 와인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와인과 관련된 각종 집기 사용법과 기본적인 와인 지식을 체득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며 이것은 고객이 소정의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가 된다. 또한 콜키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감소되는 주류 매출을 보전한다는 의미도 있다.


 

와인 애호가의 입장에서만 보면 콜키지 서비스는 매우 유용하다. 쉽게 말해서 본인이 마시고 싶은 와인을 골라서 레스토랑에 가져가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와인은 다른 주류에 비해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셀러에 보관했던 자녀의 탄생 빈티지를 마시거나, 프러포즈를 위해 로맨틱한 스토리를 담은 와인을 준비하는 경우 등이다. 콜키지 서비스는 이런 특별한 와인을 원하는 장소,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마실 수 있도록 해 준다. 또한 테마에 맞춰 와인을 준비해야 하는 와인 동호회 모임도 콜키지 제도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먼저 콜키지 서비스의 기본 전제는 ‘제공 여부 및 그 요금은 매장이 결정한다’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매장에서 콜키지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해서, 혹은 그 요금을 높게 책정한다고 해서 고객이 클레임을 제기할 성격의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더구나 와인을 취급하는 매장이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고객은 해당 조건으로 그 매장을 이용할지 말지만 결정하면 된다. 심지어 콜키지 요금을 받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당연히 잘못된 생각이다. 간혹 새로 문을 연 음식점 등에서 매장을 홍보와 고객 방문 유도를 위해 콜키지 프리 프로모션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특수한 상황에 진행하는 한시적 이벤트이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콜키지를 이용하려면 당연히 콜키지 요금을 내야 한다.


그러니 콜키지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으면 사전에 와인 반입이 가능한지 미리 문의하는 것이 예의다. 무작정 와인을 지참한 후 콜키지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방문하는 인원에 맞게 충분한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기본이다. 단순히 와인 마실 장소를 빌리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음식과 함께 와인을 즐기는 것이 목적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사항이다. 사실 와인 반입으로 인해 해당 매장은 주류와 음료 매출에서 상당한 손해를 입는다. 게다가 와인 글라스, 오프너, 아이스 버킷과 같은 각종 액세서리를 적절히 준비해야 하며, 마개를 열고 와인을 따르는 등  제공해야 할 서비스 또한 늘어난다. 한마디로 와인 반입을 허용함으로써 매출은 감소하고 비용과 수고는 증가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콜키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해당 매장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매출과 비용 문제는 업주와 직원에게는 사업의 성패, 그리고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콜키지 제도를 운영하는 매장도 서비스에 신경을 써야 한다. 와인 핸들링이나 서빙 등 별다른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고 ‘막잔’ 하나만 달랑 내놓고는 매장에서 파는 타 주류의 가격보다 높은 수준의 콜키지 요금을 책정한다면 문제가 있다. 포인트는 콜키지 요금을 책정할 때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고품질의 와인 글라스를 제공하고, 잘 훈련된 소믈리에가 적절하게 온도를 맞춘 와인을 말끔하게 오픈해 잔이 비워질 때마다 늦지 않게 채워준다면 콜키지는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고객 또한 기꺼이 금액을 지불할 것이다. 매장의 상황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수준에 맞는 콜키지 요금을 책정할 때 결과적으로 매장도 고객도 만족할 수 있다. 


아직까지 한국의 와인 문화에서는 콜키지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과 해당 서비스를 적절히 활용하려는 매장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고객과 매장이 상생하는 길은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것 아닐까. 당연하지만 결국 상식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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