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련회에 왔다.
수련회는 이런 것인가요?
여기는 군대가 아닌가요?
왜 단체로 흙바닥에 누워 다리를 들고 좌로 우로 굴리고 있는 건가요?
"너희들이 지금 힘든 것은 부모님의 고통에 비하면 으아아아무것도 아니드아!"
교관 아저씨 아니, 선생님...
이러다 저희 죽겠어요...
걱정과 달리 아무도 죽지는 않았지만 여학생 하나가 실신해 업혀가긴 했다.
그럼에도 극기훈련은 멈출 줄을 몰랐다.
그때 우리는 수련회에 가면 마치 훈련소라도 온 듯 다양한 훈련을 받았다.
피티체조부터 시작해서 바닥을 구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운동과 담쌓은 나는 차라리 기절하고 싶었다.
눈치 없이 멀쩡한 정신.
흙바닥 단체 훈련을 마친 우리는 통나무를 두텁게 엮어 만들어진 사각 뗏목에 올랐다.
넓은 저수지 위에 띄워진 뗏목이었다.
아무리 두껍게 엮었다지만 수십의 아이들이 단체로 올라타자 뗏목이 살짝 가라앉았다.
이게 맞는 건가요, 선생님?
그게 맞단다. 그러니 앉아서 노를 잡아라.
우리는 물이 엉덩이까지 차오른 채로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갔다.
신기하네. 앞으로 간다!
우리가 노를 저어서 배가 앞으로 간다!
분명 팔이 아팠는데, 왜 재미있지?
신이 난 여학생들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교관 선생님이 그만하자고 하는데도 더 가고 싶다고 우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후폭풍은 다음날 몰려왔다.
무리한 몰아치기 운동량으로 인해 여학생들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 계단, 한 계단 내려갈 때마다 '으윽...', '아악...' 소리가 절로 터져 나왔다.
때는 이때다!
눈이 초롱초롱해진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의 무릎 뒤를 꺾으며 휘리릭 도망쳤다.
다리가 꺾일 때마다 또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아...
분하지만, 이번에는 쫓아갈 수가 없다...
힘들었던 만큼 기억에 많이 남은 수련회였지만, 나에게는 그런 것보다 더 큰 울림이 있었다.
반대항 경기처럼 과대항으로 어떤 대결을 했었다.
기대와 달리 우리 과는 뒤지고 있었다.
몸도 힘들고 대결에서도 지고 있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서로를 탓하는 말이 스멀스멀 흘러나오다 점점 싸움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나도 솔직히 화가 나는 부분을 짚고 넘어가려고 했다.
이기려면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잘 좀 했으면 하고 짜증이 났다.
그리고 그때, 한 여학생의 말이 들렸다.
"야, 지금 우리가 이기는 게 중요한 거냐? 여기서 서로 힘을 합쳐서 협동하는 법 배우라고 하는 거잖아. 그게 이기는 것보다 중요한 거 아냐?"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했다.
망치로는 부족하다.
오함마로...
부끄러웠다.
공고생에 대한 편견 가득한 시선을 받을 때마다 억울하다고 했으면서, 정작 나야말로 지나친 경쟁을 부추기고 있었다.
이기지 못하면 실패자.
올라서지 못하면 밟힌다.
우월주의적 판단으로 편을 가르고 뒤쳐지게 만드는 아이들을 탓했다.
문제아라는 편견 가득한 시선으로 친구들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건방지게도 저 아이는 문제아에 가깝다고 생각했었다.
분명 다가가기 어려운 '교칙 싫어!' 타입의 학생이었다.
다른 여학생과 몸싸움을 하는 모습도 본 적이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 만으로 너는 문제아, 나는 정의로운 모범생이라고 생각했었다.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지...
우리 학교 친구들을 지금까지 하나로 묶어준 것은 나 같은 편협한 범생이가 아니라, 나 같은 아이도 함께 품어준 저 친구 같은 아이들이겠지.
그녀가 일갈한 말은 오래도록 내 뇌리에 박혀 떠나지 않았다.
그날, 나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편견마저 와장창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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