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이 되었다.
100여 명의 아이들을 2개의 반으로 나누다 보니 2년이 지난 그때쯤에는 모르는 얼굴이 있을 수 없었다.
학년이 바뀔 때 반 친구들이 섞이기도 했고, 체육대회나 수련회처럼 과별로 진행하는 모든 행사에 함께 하다 보니 말 한번 섞지 않았어도 내적 친밀감이 충분한 상태였다.
고3 새 학기가 시작되는 그때, 못 보던 얼굴이 하나 있었다.
듬직한 어깨, 단추 풀린 셔츠 안의 흰 티, 짧은 스포츠머리.
어딘가 불량해 보이는 남학생의 얼굴은 30대는 되어 보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실제로도 우리보다 나이가 많았다.
충격적 이게도 한 살.
딱 한 살 많았다.
11살이 아니라.
우리는 그것을 가지고 내내 놀려댔다.
물론 초면에 그런 것은 아니다.
남학생이 들어온 후로 듣게 된 이야기들은 믿기 어려운 내용들 뿐이었다.
조직폭력배에 속해 있었다더라.
그래서 학년이 1년 유급된 거라더라.
조직에서 나오기는 어렵다던데 아직도 활동하는 것은 아니냐...
쑥덕거리는 말들은 과장이 섞여 있을 것이라고 나는 지레 짐작했다.
저 모습을 봐.
저게 어디를 봐서 조폭이야...
여자애들에게 둘러싸여 찌그러지고 있는데...
여자애들은 2년간 남자애들에게 받은 괴롭힘을 그 남학생에게 풀기라도 하려는 듯이 거침없는 말들로 놀려대고 있었다.
"오빠, 진짜 나이가 몇 살이에요?"
"오빠, 오빠 왜 이렇게 겉늙었어요?"
"오빠, 진짜 조직에 있었어요?"
"오빠, 그럼 보스도 봤어요? 대빵?"
말도 안 되는 그 질문들을 친절한 복학생 오빠는 허허실실 웃으며 하나하나 받아주고 있었다.
"너희보다 한 살밖에 안 많다니까."
"늙었.... 너무 하는 거 아니냐...?"
"잠깐...?"
"보스..., 몇 번 뵀어."
마지막 말로 확실해졌다.
소문은 전부 사실이었고 남학생은 정말로 폭력배 무리에 있다가 조직에서 나와 다시 학교를 다니는 중이었다.
문제를 일으켜 학교를 떠났을 학생은 복학생으로 돌아와 여자아이들에게 호되게 당하는 중이었다.
넓은 어깨와 깍두기 머리를 하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짓던 복학생 오빠는 단 한 번도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거나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
어쩌면 여학생들의 조직적인 질문 폭격은 복학생 오빠가 학교에 적응하기 쉽도록 문을 열어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는 사람도 하나 없이 나이도 한 살 많은 그 오빠가 혼자 앉아 있을 것이라 예상한 학교는 재잘대는 여학생들이 열어준 문으로 인해 남학생들과도 어려움 없이 어울릴 수 있었다.
집단 언어폭력인데, 친절한 폭력이었다.
이쯤에서 나는 이상함을 느꼈다.
내가 지금껏 생각한 문제아는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그저 나쁜 학생.
남을 괴롭히고 나쁜 짓을 일삼아 반 친구들을 무섭게 하는.
위화감을 조성하는 학생.
딱 그런 느낌이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나의 편견에 금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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