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있던 마지막 한 조각까지 깨진 편견.
PVC 파이프로 맞으며 산산조각 난 나의 오만함.
그로 인해 친구들을 대하는 나의 마음과 태도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한 교실에서 부대끼며 울고 웃고...
함께 겪어낸 크고 작은 일들.
자격증시험, 수련회, 축제, 단체기합, 여행...
변화는 한 사람에게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2년이라는 시간은 모든 아이들에게도 변화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성향이 비슷한 아이들끼리 무리를 이루고, 그 무리의 아이들끼리만 친했던 시기도 있었다.
물론 그때에도 반감을 표현하거나 거부감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그렇구나, 우리와 다르구나 하고 인정할 뿐이었다.
이제는 다르다.
대화 한번 나눠보지 못한 사이라도 편하게 인사를 건넸고, 한 사람도 외톨이가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성향과 상관없이 모두가 친구였다.
언젠가부터 범생이는 날라리 틈에 끼어 놀았고 날라리는 범생이 틈에 끼어 공부했다.
남학생은 여학생과 교환일기를 쓰고, 여학생은 남학생의 교과서 커버를 씌워 주었다.
자격증 준비를 할 때는 먼저 끝낸 아이가 친구를 도와주고, 체력장에 지쳐가는 친구의 옆에서 함께 달리며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부모의 빈자리도, 경제적 빈곤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형처럼, 누나처럼, 오빠처럼, 언니처럼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오래된 나무처럼 그 자리에 있어주었다.
힘든 일이 있으면 기대 쉴 수 있었다.
성향은 달라도 다름을 인정했고 같은 과 아이들이라는 끈끈한 유대감으로 묶여 서먹한 사이가 없었다.
이제는 알고 있다.
우리는 각자 다른 곳에서 흘러온 작은 시냇물이었다.
작은 시냇물이 모여 커다란 강을 이루었고, 하나의 물줄기는 넓은 바다를 향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시냇물이 섞인다고 해서 물길이 쪼개지거나 부서지지 않는다.
비록 바다에 나가면 더 이상 하나의 강이 아니게 되겠지만 적어도 그때만큼은, 한 방향으로 힘차게 흐르고 있었다.
아이들이 각자 이루었던 작은 무리들.
그 작은 무리가 섞여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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