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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memike Sep 16. 2020

모듈에 관하여

열한번째 이야기

모듈(Module)



: 공업제품의 제작이나 건축물의 설계나 조립시에 적용하는 기준이 되는 치수 및 단위



건축은 인간의 손으로 만들 수 있는 것 중에서도 규모가 큰 작업물이다. 작게는 간이 화장실에서부터 크게는 만리장성까지. 하나의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자재가 필요하다. 핸드폰이나 자동차만 기계라고 할 것이 아니라, 건물도 사실 수 많은 부품들로 이루어진 기계에 가깝다. 그리고 그 부품들은 대개 

‘모듈(Module)’을 사용한다.



모듈의 역사는 효율성과 대량생산과 함께 시작했다. 가구나 기계를 제작할 때, 그리고 건축을 할 때, 하나의 부재로 완성할 수는 없다. 이는 기능, 크기, 경제성의 측면에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벽돌로 이루어진 자그마한 집만 해도 수백 수천 장의 벽돌이 필요하다. 부재 하나를 대량생산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제품에 한해서는 규격이 동일해야 하고, 일정 크기 이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특수 제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의 문제가 생긴다. 심지어 특정 자재의 경우, 크기가 커지면 여러 종류의 하중을 견뎌야 하는 건축물로서 작동하지 못하기도 한다.



기능, 크기, 경제성, 심미성 등의 이유로 치수와 단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하나의 재료를 반복적으로 이용하여 어떠한 형태를 만들 것인가, 어떠한 미를 만들 것인가, 어떠한 기능을 할 것인가. 이는 태초부터 이어진 건축의 관심사였다. 코르뷔지에의 모듈러(le modulor) 시스템 또한 이의 연장선 위에 있다. 그는 인간의 신체 치수로부터 건축을 시작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로 인해 기둥간 간격, 문의 크기, 층고 등을 신체 치수로부터 도출할 수 있었다.

건물의 입면의 차양에도 모듈이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듈은 건축에 있어서 제한적인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고안된 결과다. 모듈은 반복을 염두에 둔 구축 방법이다. 같은 것이 반복된다고 하기에 미적으로 지루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것은 질서와 규칙을 만든다. 반복이 만들어내는 정갈함은 편안하다. 때로는 아름답기도 하다. 또한 반복이 있기에 작은 변화에도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처음에는 한 개의 모듈이 규칙을 만든다. 이내 두 세 개의 서로 다른 모듈이 흘러 들어온다. 한 개인 줄 알았던 모듈이 여러 개가 되어 새로운 규칙을 만든다. 건축에 있어서 모듈은 음악의 반복과 변주다.



질서와 무질서, 규칙과 불규칙, 반복과 변주


모듈은 그 사이를 잇는 건축적 어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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