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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memike Sep 18. 2020

사람 관찰하는 거 좋아해요.

스물두번째 이야기


"뭐 좋아해요?"



사람이요.
사람 관찰하는 거 좋아해요.



흔히들 하는 질문에 나는 종종 이상한 대답을 한다. 아마 영화나 음악, 운동, 여행, 이런 것들이 상대방이 생각한 답이지 않을까. 물론 그런 류를 좋아한다. 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사람이다. 내 취미는 이상하게 들려도 사람을 관찰하는 것이다.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나는 이런 취미와는 거리가 멀었다. 사람 관찰하는 걸 좋아한다고 하기에는 사회적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내가 봐도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인 듯하다. 관찰을 좋아하지만 이를 통해 얻은 결과를 일상 생활에 적용하지 못하기 때문인가 싶다. 내가 하는 관찰은 인간 행태에 관한 것이고, 학문적인 성향이 좀 더 커 보인다. 



나는 언제부터 사람 관찰하는 걸 좋아했을까. 생판 모르는 사람을 관찰한다니, 그것도 지나가다가 얼핏 보는 것도 아니고 대놓고 지켜본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하다. 그런데 중학교 때 학원 선생님이 내준 숙제가 사람 많은 카페에 앉아 사람들을 지켜보고 감상문을 써오는 것이었다. 그게 아마 관찰 자체를 목적으로 한 첫번째 관찰이었다. 국어를 가르치고 돈을 버는 학원 선생님이 그런 숙제는 왜 내줬을까. 나도 그렇고, 함께 카페에 앉아 그 숙제를 한 친구들도 책상 앞에서 펜 잡고 공부만 했지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서 그랬던 것 같다. 그 친구들은 아닐 수도 있지만 돌이켜보면 적어도 나는 그게 필요했다.



친구 중에 의사인 고등학교 동창이 있다. 그 친구는 사진을 취미로 한다. 친구가 찍은 사진을 보면 프레임 안에 담은 피사체와 구도가 예사롭지 않다. 나도 사진을 좋아하지만 뭔가 의대를 다녔던 친구가 그 정도의 감각이 있다니 신기하다. 선입견이 이렇게 위험하다. 이 친구의 사진을 미술을 잘하는 친구에게 보여줬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아마 내 고등학교 동창이 공부를 하면서 생긴 관찰력이 사진에도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의대를 다니면서 해부도 해보고, 온몸의 조직과 구조에 대해 다 외워야 했을 테니 일리가 있는 말이다. 미술과 사진 모두 결국 무엇을 화폭 혹은 프레임 안에 어떻게 담느냐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객체를 담는 주체의 관찰력이 중요하다. 



건축 대학에 다니면서 미대 수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수업 때마다 항상 내가 그림을 못 그리는게 참 아쉬웠다. 설계를 할 때도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꽤 필요한데 말이다. 그 와중에 주변에 미술을 배운 친구들이 있어서 그 친구들을 볼때마다 부러웠다. 나는 왜 그런 경험을 어릴 적부터 하지 못했는가. 결과를 알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어린 한탄이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어릴 때 국영수 위주의 학원이 아니라 미술 학원을 다닐 걸 그랬다며 부모님과 안타까움을 표했다. 


당신은 무슨 이유로 지금 여기에 있는건가요.



사실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건 그림을 자주 그리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데생을 잘하고 표현력이 있는 스케치를 그려내는 것은 많이 그려보면 된다. 다만 내가 그만큼 시간을 들이지 않았을 뿐.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나는 관찰하는 걸 좋아한다. 그것도 사람을. 건축을 하는 데에 있어 사람을 상상의 중심에 놓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학교 때 처음으로 ‘사람 관찰’이라는 숙제를 내주신 국영수 위주 학원의 선생님이 고맙다. 어릴 적에 디자인이나 감각, 미적 감수성과는 그렇게 무관한 삶을 살지는 않았다는 점이 다행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그것이 앞으로 내게 끼칠 영향이 궁금하여 나 자신을 또한 관찰해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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