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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memike Oct 10. 2020

건축의 태도, 입면

스물다섯번째 이야기


건축에서 입면이라 함은 건물의 외면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외관의 전체적 형태, 창의 위치, 그리고 깊이감까지 알 수 있다. 입면은 한자로 ‘설 입’(立)자에 ‘낯 면’(面)자를 쓴다. 영어로는 elevation이다. 한자로든 영어로든 입면에는 무언가를 세운다는 뜻이 들어있다. 아마 인간의 눈에 보이는 외관이 땅에서부터 올라가며 중력에 반하여 서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건축물의 입면은 사람으로 치면 인상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건물을 점유하기 전에 처음으로 보고 경험하는 것이 입면이다. 문은 어디에 있고, 창은 어디에 있으며 내가 갈 곳은 대략 어디쯤 될지 가늠할 수도 있다. 건축가의 의도에 따라 콘크리트, 벽돌, 나무, 유리, 타일 등으로 입면을 마감한다. 어떤 것은 화려하고, 어떤 것은 정갈하다. 경우에 따라 입면만 보고 내부는 어떤 용도로 쓰일지 혹은 어떠한 형태의 공간일지 예측할 수도 있다. 다만 사람도 인상만으로 그 속을 알 수 없듯이 건축물도 입면만 보고 그 내부 공간을 단정짓기는 어렵다. 


Manhattan에 위치한 Hearst Tower의 입면. 입면만 보고도 내부의 구조를 유추할 수 있다. 


Foster + Partners에서 설계한 Hearst Tower의 입면을 보자. 크게 4개의 요소를 확인할 수 있다 : Diagrid, Mullion, Transom, Window Glass. 은색 금속이 삼각형을 이루며 여러 번 반복되는 구조가 Diagrid이다. 커튼월을 지지하기 위한 구조체로서 역할하기도 하며 조형적 어휘가 된다. 각각의 삼각형 안을 유심히 살펴보면 검은색 줄이 수직수〮평 방향으로 그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이는 사실 유리창 하나하나를 지지하기 위한 구조체이다. 수직 방향의 구조체를 Mullion, 수평 방향의 구조체를 Transom이라고 한다. 앞의 세 구조물을 통해 지지되는 것이 Window Glass, 즉 유리창이며 이 유리창으로 가득한 입면은 커튼월이라고 한다. 이는 ‘건물의 입면에 유리를 커튼처럼 걸었다’고 해서 Curtain Wall인 것이다. 



Diagrid가 조형적 어휘가 된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하나의 삼각형을 보면 유리창이 4개 층을 덮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수직 방향으로 긴 직사각형 유리창은 한 층의 바닥부터 천장까지, 수평 방향으로 긴 직사각형 유리창은 바닥(Slab)를 덮는다. 그렇게 전자의 숫자를 세면 4개이다. 하나의 삼각형은 4개층을 한 모듈로 묶는다. 그리고 코너쪽 입면을 보면 오목하게 들어가고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각 층의 크기가 입면과 같은 방식으로 작아졌다가 커지고 하는 것이다. 입면만 보고도 내부의 평면이 어떻게 변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길을 걸으면서 건물의 입면을 보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Hearst Tower의 입면 구성 요소인 커튼월과 다이아그리드를 확인할 수 있다.


종종 길을 걷다 보면 아파트 중간중간 외부 계단이 있는 걸 볼 수 있다. 특히 이는 옛날에 지어진 복도식 아파트에서 많이 보인다. 다만 근래 지어지는 아파트는 대부분 고층의 타워형 아파트여서 실외 계단을 볼 수 없어서 아쉽다. 비슷해 보이지만 각각의 건물에 개성을 부여하고 도시의 모습을 만드는 역할을 했던 것이 사라지니 아쉬울 뿐이다. 



일본에는 아직까지도 도심에도 실외 계단이 많이 남아 있는데 이를 볼때마다 우리나라에도 그 계단을 살리는 방식으로 주거 시설을 계획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아파트는 부동산과 개발의 이유로 몰개성화가 이루어졌지만 아직 빌라나 저층 주택의 경우 아직 그 다양성이 남아 있는 곳이 많다. 그런 이유로 건축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방법으로서 입면 구성 요소인 발코니와 계단이 중요할 것이다. 현재 서울시에서 발주한 많은 공모전에서도 그 필요성에 대한 의지가 느껴진다. 



입면은 건축물과 환경과의 경계에 위치하여 그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건축물의 외부에 대한 태도라고 하면 되겠다. 내부가 외부로부터 차단되거나, 내외부의 출입이 자유롭거나, 또는 그 사이의 입장을 취한다. Hearst Tower처럼 건물 내부에 대해 암시하기도 한다. 더 멀리는 건축물의 조형적 형태를 나타낸다. 앞으로는 건물에 들어가기 전, 입면을 보고 건축물이 당신을, 건축물 자신을, 그리고 도시를 어떠한 모습으로 맞이하는지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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