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memike Oct 17. 2020

건물의 중추, 코어, 그리고 그 의미

스물일곱번째 이야기


건축에서 코어(Core)순환(Circulation)과 서비스(Service)를 위한 수직 공간을 의미한다. 순환과 서비스는 인적,물적 이동을 의미하며, 건물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계단, 엘리베이터, 전선, 배관 등을 포함한다. 건물을 인체에 비유할 때, 코어는 온몸의 조직과 기관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과 심장, 즉 순환계에 해당한다. 그만큼 코어는 건축에 있어서 중추적인 위치에 있다. 



건물이 단층일 경우에는 코어가 큰 의미를 갖지 않지만, 층수가 많아질수록 코어의 역할을 커진다. 코어는 사람과 설비의 수직적 이동을 위한 공간이며, 구조체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건물의 공간적 구성을 결정짓기도 한다. 코어를 둘러싼 공간의 구성은 건물 내 채광과 환기의 방법은 물론, 사용자의 동선과 점유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고층 건물에서는 코어가 설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New York MoMA의 계단은 미술관 내의 또 다른 전시 공간이다. 


코어의 위치에 따라 센터 코어, 편심 코어, 분산 코어, 분리 코어 등으로 나뉜다. 각각 장단점이 있어서 어떠한 공간을 필요로 하는지에 따라 코어를 배치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기준층’(Typical Floor Plan)이 정해진다. 기준층은 말 그대로 기준이 되는 층을 뜻하며, 고층 빌딩은 모든 층의 평면이 달라질 경우 경제적 문제를 무시할 수 없기에 기준층을 사용한다. 그래서 보통 2, 3개의 기준층이 전층을 반복하며 구성한다



Foster + Partners에서 설계한 Commerzbank Headquarters의 경우, 삼각형 평면의 각 꼭짓점에 코어가 위치하고 그 사이의 모서리에 업무 시설이 들어선다. 이때, 4개 층을 한 단위로 2개의 모서리는 업무 시설로 사용하지만 남은 한 모서리는 한 단위가 직간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중 정원이 된다. 그리고 삼각형 평면의 중심부는 전층을 관통하는 중정(atrium)으로 빛을 들이는 창이 된다. 


https://www.fosterandpartners.com/projects/commerzbank-headquarters/


David Chipperfield Architects에서 용산에 설계한 Amore Pacific의 본사 또한 앞에서 소개한 사옥과 같이 분산형 코어를 사용한다. 다만 다른 점은 후자가 삼각형 평면을 사용할 때, 전자는 사각형 평면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Amore Pacific 사옥의 업무 공간은 5~6개 층이 하나의 모듈을 이루며 각각의 기준층 평면은 ‘ㄷ’자 형태이다. 이 모듈은 세 번 반복되는데, ‘ㄷ’자가 90도씩 회전하며 총 3개의 공중정원을 만든다. 


Amore Pacific 사옥의 공중정원


Commerzbank HQ는 평면의 중앙이 보이드(void)로 되어 있지만 건물 전체가 하나의 외피 안에 들어 있어 내부 공간이지만, Amore Pacific 사옥은 평면 중앙의 보이드가 5층부터 22층까지 뚫려 있어 외부 공간이다. 이 공간을 통해 건물의 중앙에 위치한 공간에도 자연광을 들여 모든 곳에 업무에 적절한 조도를 유지한다. 



이 두 사례는 모두 코어를 평면의 각 꼭짓점에 배치했기에 중정, 공중정원, 그리고 채광이 잘 되는 쾌적한 업무 공간을 구성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코어는 건축물 내의 수직 이동은 물론 형태, 채광과 환기, 공간감까지 결정 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아직 지어지진 않았지만 STPMJ에서 당선된 양재 R&D 혁신지구 앵커시설 설계안 또한 창의적인 코어 배치를 보여준다. ‘ㄱ’자 코어를 기준으로 북쪽과 동쪽은 업무시설을, 남쪽과 서쪽은 공유 공간을 구성했다.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층위를 유기적으로 나누는 해결책으로 코어를 사용하며 기존 업무 시설에서 요구하는 기능성은 물론, 협력을 필요시 하는 미래 업무 공간의 시의성 또한 담아냈다.


https://project.seoul.go.kr/view/viewDetailArch.do?cpttMstSeq=290&pageIndex=4&paramMap%5B%27prev%27%5D=cpttMstSeq%253D290%2526pageIndex%253D4


부지의 부족과 경제적 이유로 인해 현재는 건물은 단층보다는 다층으로 설계된다. 필요와 의도에 따라 단층으로 설계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그러기에 여러 층을 연결하는 코어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수직 이동’이라는 필요에 의해 발명된 코어는 구축과 구성, 그리고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코어(Core)는 중추를 뜻한다. 이를 기반으로 건축물이 구축되며, 공간이 확장된다. 구조적으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며,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코어다. 

작가의 이전글 경험으로서의 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