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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memike Oct 27. 2020

보통의 의미

스물여덟번째 이야기


A는 보통 어떤가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대답을 하기 싫다. 

생각보다 많이 듣는 말임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문득 내 입에서 ‘보통’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이 있어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 



보통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음. 또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명사)

일반적으로. 또는 흔히.(부사)



일반적인 상황을, 혹은 정도를 이야기하는 이 단어가 왜 그리도 마음에 들지 않을까. 누구나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른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이를 편의를 위해, 혹은 모종의 이유로 일반화하는 것이 불편해서일까. 또한 그 ‘보통’이라는 것이 한쪽 입장에 치우친 주관적인 개념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내가 생각한 보통과 남이 생각한 보통은 보통 다르다. 


당신에게 보통의 의미는 어떤건가요?


 ‘보통’은 ‘다수’의 개념을 포함한다. 그래서 그 ‘다수’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는 철저히 외면 받는다. 개체들이 다수의 이름 아래 묶이면서 각각의 고유 성질 또한 휘발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보통의 개념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그리고 이의 숨은 배려에 감사함을 느낀다. ‘보통’이라는 말은 따뜻함을 갖고 있으면서도 차가운 구석이 있다. 역 또한 마찬가지다.



건축에서는 스케일(scale)이 ‘보통’의 역할을 담당한다. 휴먼 스케일(human scale)은 인체를 기준으로 척도를 뜻한다. 의자의 높이는 지상으로부터 400mm, 문 손잡이는 900mm, 문 높이는 2100mm이다. 스케일이 맞지 않을 경우 사람은 불편함을 느낀다.  병원의 복도 폭이 다른 시설보다 넓다. 대개 900mm 폭의 베드(bed) 두 개가 동시에 지날 수 있도록 최소 1.8m, 혹은 2.4m 폭을 두고 설계한다. 병원을 사용하지 않는 건강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만 생각해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복도 폭이다. 



건물이 지면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 경우, 현관에 램프가 설치된 곳이 많다. 계단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정이삭 건축가는 마장동 주민센터 입구를 계단 대신 비탈길 경사를 완만히 하여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배려했다. 배려가 건축으로 형상화될 때 건축가가 좋은 직업인 이유 중 하나가 다른 사람이 되어볼 수 있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기억난다. 연예인이 배역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듯이 건축가도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는 것을 상상해본다. 그러지 않고 무언가를 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실 ‘다른 사람 되어보기’는 건축가의 장점이 아닌 자질, 혹은 필요조건에 가깝다. 


http://www.seouland.com/arti/society/society_general/527.html


보통으로 생각하던 것들이 사실 보통이 아닌 경우가 허다한 나날이다. 

본연의 의미를 그만큼 지키기가 어렵다. 

가치중립적으로 발생한 의미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 줄 수 있음을 믿어보고자 한다. 

그 시작은 내가 생각한 보통이 당신이 생각한 보통이 아닐 수도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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