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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memike Dec 03. 2020

수능, 그리고 삶의 연속성

서른여덟번째 이야기


2020년은 다사다난했다. 코로나 사태가 터졌고, 전세계가 그 영향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바이러스는 하나의 기상현상처럼 일상이 되었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만 쓰던 마스크는 필수품이 되었다. 모든 일상이 바뀌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날인 대학수학능력시험 일자도 바꿨다. 안 그래도 체감 온도가 낮은 수능일이 더 추워진 12월 3일, 오늘이 되었다.



수험생으로 다년을 보내서 그런지 가을이 되면 수능 특유의 냄새가 났다. 10월쯤부터 공기 중에 그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같은 온도라도 겨울에서 봄이 될 때와, 가을에서 겨울이 될 때의 공기는 확연히 다르다. 바람에서 푸른 빛이 돈다. 환절기도 환절기지만 수험생에게는 한해 동안 대부분 처음으로 맞이하는 ‘일생일대의 최대 관문’이라는 긴장감 때문에 몸이 살짝 아파오기도 하는게 10월말, 11월 초다. 그래서 유난스럽게 두꺼운 옷을 입고, 보약이란 보약은 다 챙겨가며 몸을 챙기는 것 같다. 혹시 모르는 일을 대비하기 위해서. 또 그 위에 해줄 것이라고는 응원 뿐인 부모의 애틋한 마음이 얹어지기도 한다.



내 모교는 시골의 기숙사 학교라 고3 수험생은 모두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식당에서 같은 밥을 먹고, 다 같이 버스를 타고 수험장으로 이동한다. 밥을 먹고 챙길 걸 다 챙긴 뒤 광장으로 나오면 1, 2학년 후배들이 본인에게도 다가올 미래를 그리며 수험장으로 떠나는 선배들을 기다리고 있다. 기숙사 호실마다, 혹은 친한 친구끼리 모여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 선배들을 응원해준다. 잘 보고 오라고. 광장 여기저기에서 ‘OOO 파이팅’이라는 소리가 정말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아마 올해는 그런 북적북적한 고사장 앞의 분위기는 없을 것이다. 간혹 전국 각지에서 오신 부모님들도 계시지만 선뜻 아들을 잡고 오랜 시간을 보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수험생은 본인도 잘 모르겠는 이상한 기분과 함께 버스에 타고, 남겨진 1학년은 그저 즐겁고, 2학년은 예비 수험생의 ‘D-day’가 카운트되기 시작한다.


대학로, 12월 3일 모든 수험생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교육은, 특히 대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 중 하나다. 모든 교육의 끝에는 대입이 있다. 그 외에는 안타깝지만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 자라서 그런지 많은 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게 긴장감으로, 압박감으로, 도취감으로 작용한다. 늘 스스로 되새기는 말이지만 삶에는 연속성이 중요하다. 나는 이 말의 중요성을 깨닫는 데에 꽤 시간이 걸렸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삶은 이어진다. 큰일처럼 보이는 일도 지나가면 그저 하나의 사건으로 남는다.



물론 수능은 중요하다. 일년 동안,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얼마나 고생하며 보냈을까. 결과가 어찌됐든 수험생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칭찬받을 만하다는 어른들의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다. 다만 조금은 전략적인 취지로 수능을 하나의 시험으로만 바라봤으면 좋겠다. 결과가 좋다고 해서 그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고, 결과가 나쁘다고 하여 일이 꼬일 것도 없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온다. 끝이라는 건 사실 본인의 의지에 달려있다. 어찌됐든 삶을 이어나가길 바란다. 기왕이면 영화 기생충의 기우의 말대로 ‘기세’ 있게. 



Winston Churchill의 말로 끝내고자 한다.



This is not the end.
It is not even the beginning of the end.
But it is, perhaps, the end of the begi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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