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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memike Dec 06. 2020

크리틱, 책임감, 그리고 질문

서른아홉번째 이야기


경우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학교에서의 설계 스튜디오는 크리틱위주로 진행된다. 학생이 무언가를 만들고, 그려오면 교수님이 그에 대한 피드백으로써 크리틱을 해주는 것이다. 가감 없이 쏟아지는 크리틱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상처를 입기도 한다. 마감 후의 술자리에서 크리틱 내용이 술안주로 올라오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SoA 강예린, 이치훈 건축가의 말대로 건축물은 지어지는 순간 외부와 관계를 맺는다. 건축은 스스로 존재하지 않는다.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사회와 관계를 맺는다. 때문에 건축은 내밀한 것이   없다. 건축물의 사용자라 하면 해당 건축물의 내부를 사용하는 사람이  수도 있지만, 내부가 아닌 주변, 혹은 외부를 지나다니는 사람,  나아가는 도시 또한 포함될  있다. 더불어 무언가를 짓고,  안에서 삶을 그리는 건축은 행위에 책임이 따른다. 안정성의 문제는 물론 윤리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짊어지고 가야하는 것이 건축이다.


건축가의 의미와 가치는 오직 사회적 쓸모,
  정확히 말해,  나은 사회를 만드는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결정된다.
사회에 맞서든 수용적이든,
건축가의 프로젝트는  가치가 
정확히 사회적 차원에서 주어진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건축학개론」, 이종건


의대에 다니던 학생의 말이 떠오른다. 본인은 며칠밤을 세워가며 공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사람의 생명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감당하기 위해서는 그것마저 부족하다며 말이다. 다른 맥락일 수는 있겠지만 책임에 관해서는 일맥상통한다. 판단과 선택, 그리고  행위에 따른 책임.  건축은 개인의 소유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맥락(context), 사용자, 구조, 마감  많은 것에 대한 책임감을 가르치는 것이 건축 교육의 일부이다. 때문에 스스로 물어야 한다.  방향이 맞는지. 학교에서 마주하는 크리틱의 무심함, 혹은 가혹함에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 현실은 그보다  무심하고, 가혹해 보인다. 둔해지기보다는 민감해지기를, 회피보다는 책임을 바란다. 건축가는 그의 의도와는 별개로 그의 사회적 영향력으로 인해 전문가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전문가의 자질은 책임감에서 나온다.

건축은 관계를 형성한다. 때문에 질문이 필요하다.



COVID-19 함께 2020년이 가고 있다. 그로 인해 교육 현장도, 실무 현장도 많이 바뀌었다. 학교 현장은 많은 부분 줌이나 웹엑스 같은 플랫폼을 통해 크리틱이 진행되었고, 마감의 필수 요건이었던 모델 제작 과정이 사라지기도 했다. 후자의 상황은 아마 화상 환경으로는 공간감의 간접적 체험이 불가했기에 그랬을 것이라 생각된다. 대면 가능성의 결핍은 건축  아니라 예술계에서도 온라인 전시의 보편화 가능성을 확인할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적응의 동물인 인간에게 부재와 결핍은 새로운 기회의 장이  수도 있다.


크리틱에 관해서는 작업을 하는 각자에게 스스로 물어볼  있는 시간이  생겼을 것이다. 크리틱의 본질은 질문에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그렇듯 자문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있고, 건축의 의도치 않은 영향력은 조심성을 요한다. 때문에 타인의 의견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크리틱 또한 특정 배경 속에서 탄생한 특정 개인의 의견일 뿐이다. 겸허히 받아들이고,  좋은 방향을 위해 고민하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 무엇보다 스스로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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