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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memike Jun 06. 2021

부재 접합

일흔세번째 이야기


가구와 건축물은 어떤 형상을 만들기 때문에 구조물이 있어야 한다. 그런 구조물을 구성하는 재료를 부재(member)라고 한다. 원하는 모양과 크기를 위해 부재를 절단하고 이어 붙이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하나의 원재료를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실용적, 경제적 측면에서 매우 특별한 경우다. 대다수의 경우에는 규격이 존재하고, 그 규격 내에서 가공이나 접합을 통해 규격과 다른 형상과 크기의 무언가를 만든다. 



어떤 공간 안에 우리가 가장 흔히 보고 만질 수 있는 것은 단연 나무(목재)와 철(쇠)이다. 시선을 돌려 책장을 살펴보면 책장의 재료는 목재이거나 철 둘 중 하나일 것이다. 1단짜리 책장이 아니라면 보통 바닥을 기준으로 수직으로 서 있는 부재가 있고, 책을 올려놓을 수 있는 수평 부재가 있다. 책장 한 칸을 기준으로 얘기하자면 최소 2개의 수직 부재와 책을 받치고 위를 막아주는 수평 부재 2개, 총 4개의 부재가 있어야 한다. 책장 한 칸의 면이 정확하게 정사각형이라고 할 때 수직 부재와 수평 부재는 길이가 같을까. 그럴 가능성은 매우 적다. 보통 각 부재의 두께가 있기 때문에 수직 부재와 수평 부재가 만나는 곳에서 각각의 두께 만큼의 차이가 발생한다. 그런 부분이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의 관심사다. 



다시 말하자면 많은 디자이너들의 관심사는 두 부재가 만나는 지점, 즉 이음새(joint)이다. 우선 두 부재에 대해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두 부재의 재료는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 그 성격은 또 어떠한 지에 대해 말이다. 같은 수평 구조물이라고 해도 천장과 벽이 만나는 곳에는 천장 몰딩이 붙고, 바닥과 벽이 만나는 곳에 붙는 건 걸레받이라고 한다. 돌아가 본질적으로 이질적인 재료라고 하면 그 둘은 잘 붙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목재에 철이 붙기 위해서는 어떤 홈이 파져 있거나 그 둘을 어디선가에서 지탱해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부재 두 개를 붙이기 위해 목공용 풀을 쓸 지, 강력접착제를 쓸 지, 볼트와 너트를 이용할 지, 아니면 목조 건축에서 흔히 쓰이는 결구 방식을 쓸 지, 그 접합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최근의 디자인에서 이음새를 이야기할 때 ‘seamless’라는 말이 자주 회자된다. 이는 두 개 사이의 틈이 미세하여 눈으로 보이지 않을 때 쓰는 말이다. 두 부재가 사실은 하나였던 것 마냥 이음새가 보이지 않게 처리하는 방식도 있고, 특별한 결구 방식을 이용해 이음새의 틈이 육안으로 불분명하게 처리하기도 하며,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아예 두 개의 부재를 사용하는 대신 한 부재로 만들기도 한다. 이런 것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로 줄곧 seamless한 게 좋은 디자인이고, 그렇지 않은 건 노력이 덜 들어갔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 각각의 형태와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 외려 자연스럽고 솔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 부재의 만남의 방식이 어떠할 지가 중요하다.


실제로 seamless할 수 없는 것을 seamless한 것으로 포장하려고 하는 현상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각각의 부재가 만나면서 덜컹거리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 인간적으로 보인다. 중요한 건 그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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