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들의 시 1
혼자서는 안 된다더라
기별도 안 간다더라
푸른 하늘 도화지 삼아 빨갛게 노랗게
검은 흙 이불 덮고 크게 더 커다랗게
주렁주렁 덩이 맺고 열린 녀석들은
하나만 먹어도 든든하다지만
주르르르르 톡,
나는 땅이 흘린 눈물 한 톨
남몰래 피었다 지는 꽃의 주인
혼자 대롱대롱 달려 있다가
밀려오는 시간에 집터 다 잃고
탈탈탈 세상 흐름에 단벌옷까지 빼앗겨
휘청 어딘가에 실려 왔는데
두리번 둘러보니 우리 있었구나
촤르르, 젖지 않는 흰 포말 한 말
파도 되어 마른 허기 적실 수 있겠구나
/ 쌀의 노래 (2018.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