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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시 Nov 07. 2018

포도 할머니

음식들의 시 3

캄캄한 방구석
나무 한 그루 쓰러져 있다
가만 보니 잎새가 없다
자세히 보니 뿌리도 없다
포도 할머니다

미라가 된 할머니가 추억을 말린다
양조장으로 시집 보낸 딸내미들
기름집으로 장가 보낸 아들들
공장으로 떠나간 손주들

그런 시절도 있었지
포동포동 물올라 하늘 희롱하던 시절

주렁주렁 자식 낳던 시절 그리며
방구석 먼지 분이나 치덕치덕 바르는데
탁 켜지는 불
툭 떨어지는 분첩

어머니!
둘러보니 잔칫집이었다
와인 기름 건포도가 만든 성찬
그 성스러운 인생 식탁 위의 주인공은

지금은 앙상함만 남은

우리들의 할머니
 




/ 포도 할머니 (201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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