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도 결국 입성하시는군요?

학군지로 발령받다

by 달빛시

“쌤~ 이사 간다면서?”


“네, 선생님! 신랑 직장이 집이랑 너무 멀어져서 그렇게 됐어요.”


“애기 낳고 복직하면 같이 근무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 아쉽네.”


“네! 이 학교에서 계속 수업하면서 선생님이랑 같이 수업하면 좋을 것 같은데, 진짜 아쉬워요.”


“그럼 교육청도 바꾸나?”


“네, 판교 쪽으로 갈 거 같아요.”


“그럼…… 강남?”


서울의 한 지역에서 10여 년간 근무했던 저는 우연한 기회로 교육청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신랑의 이직으로 출퇴근 거리가 너무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첫 아이를 낳고 3년 정도 휴직을 했던지라 육아에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느 학교에서 어떤 학생들을 만나든지 즐겁게 수업하며 지낼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였습니다. 다만 코로나의 그늘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고, 태어난 후 30개월 넘게 집에서만 지냈던 첫 아이가 처음으로 어린이집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 정도가 사소한 걱정이었습니다.


며칠 후 옮긴 교육청에서의 새로운 학교를 발령받는 날이 되었습니다. 발령장에 적힌 곳은 A학교. 선배 교사의 예측대로 우리나라 최고의 학군지 중에서도 노른자에 놓인 곳이었습니다. ‘경력이 몇 년인데 어디서든 못 하겠어?’라는 생각 뒤로, 몇 줄기의 목소리가 등허리를 서늘하게 적셧습니다.


“그 학교 되게 힘들다던데요.”


이어서 들리는 말은 두개골마저 싸늘하게 만들었습니다.


“선생님도 결국 거기 입성하시는군요.”


군사적으로 적의 성을 점령한 것을 뜻하는 ‘입성’이라는 단어는 생활 곳곳에 파고들어 있습니다. 아파트에 입주하는 것을 입성이라고 부를 정도이니까요. 그런데 학군지 학교에 발령받게 된 것에도 이 단어를 써야 할까요?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올랐을 뿐’이라는 산악인 엄홍길 대장의 말처럼 학교가 거기 있어서 근무하게 된 것일 뿐인데 말입니다.


게다가 힘들다면 무엇이 얼마나 힘든 걸까요? 14살에서 16세 아이들이 그동안 만났던 아이들과 얼마나 다르다는 걸까요? 그동안 만났던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이 저 동네에서는 흐릿해지기라도 한다는 말인 걸까요?


주변에서 흘러들어온 실바람 같은 말은 뚫린 귓구멍으로 솔솔 들어와 생각의 실을 자아냈다. 문득, 고등학생 때 일기장에 적었던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렇게 십수 년 전에 적었던 문장은 순식간에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 할 거면 제대로 하자. 지금 뭘 해야 하지?’


책을 펴고 있는 방 문 너머로, 잠에서 갓 깨어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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