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밀려나면 인생 망하잖아요?

교사가 되고 싶지만, 말 못 하는 아이

by 달빛시

……

처음엔 엑셀이 오류를 낸 줄 알았습니다. 통계의 80퍼센트가 동일한 단어였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처음 만나면 늘 종이를 나눠줍니다. 자기소개를 적는 종이입니다. 십수 년 동안 상황과 지역에 따라 내용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반드시 물어보는 것 몇 가지가 있습니다. 희망 직업. 이를 통해 학생의 성향이나 진학을 원하는 고등학교 등을 추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아이들이 언제 등교를 할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종이 대신 링크를 알려주었습니다. 스프레드시트에 응답된 내용들을 정리하다 문득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들이 희망하는 직업이 대부분 한 가지였기 때문입니다. 바로 의사.


드물게 뮤지컬 배우나 과학자를 적은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의사’라는 두 글자만 반복됐습니다. 우리 반만 이러는 건지 의심이 되어 옆자리 선생님께 여쭤보니, 대체로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대체 왜?


상담을 하며 이유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대다수의 아이들은 “부모님이 의사여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정하게 되었어요.” 혹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 가치 있으니까요.” 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더러는 “돈을 많이 버니까요.” 혹은 “부모님이 하라고 해서요.” 같은 진심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중 눈에 띄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다른 직업을 갖고 싶어요.”

“그게 뭔데?”

“그런데 그걸 말하면 아빠가 싫어해요.”


그렇게 밝혀진 학생의 꿈은 저의 직업이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은 교사는 돈을 많이 벌지 못하니, 의사를 강권하는 상황이었고요.


“그럼 돈은 왜 많이 벌어야 하는 걸까?”

“음…… 돈 없어서 서울에서 밀려나면 인생 망하니까요.”


짧은 한 문장이 망치가 되어 뒤통수를 때렸습니다.


‘그럼…… 내 인생은 망한 걸까?’

서울을 벗어난 삶을 망한 인생으로 여기는 아이들. 그러지 않기 위해 매일 3시간만 자며 공부하는 아이들의 눈에, 저는 어떤 모습일까요? 서울을 벗어난 삶, 의사가 아닌 삶, 돈이 덜 벌리는 삶이 망한 인생이라면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은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요?


하지만 많은 이들은 압니다.


인생은 스스로가 망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망하게 된다는 걸요.


그래서 저는, 망하지 않는 걸 선택했습니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keyword
이전 06화무엇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