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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러기 Mar 15. 2021

링 위의 촐리타

The Wrestling Cholita

Harri Grace 감독

                                                 

영화는 화려한 안데스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이 레슬링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속수무책 지고 있는 상대팀 선수뿐만 아니라 주인공 여성도, 경기 내내 상처를 입게 되는데 영화의 첫 장면은 너무나 밝고 화려하다. 관객도, 주인공 선수도 그저 환하게 웃는다. 반면 바로 뒤 나오는 4,100m에 위치한 볼리비아의 수도 엘알토. 검은 개가 지쳐 잠들어 있고 무너진 벽의 잔해들이 가득한 거리의 모습은 잿빛이다.


볼리비아 고산지역에서는 겹겹이 둘러싼 주름치마를 입고, 양 갈래의 머리를 땋은 후 머리 끝 부분에 추 장식을 한 뒤 검정, 갈색, 회색 등의 모자를 쓴 안데스 원주민 여성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들을 촐리타(Cholita)라고 부른다. 주인공 테레사 와이따도 촐리타이다. 테레사는 담담하게 그녀의 엄마 때부터 지금껏 사회로부터 촐리타들이 당해왔던 차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신의 딸은 그런 차별이 없는 사회에서 살 수 있길 소망한다.


레슬링을 시작하면서부터 삶이 조금 더 행복해졌다고 말할 때부터, 그리고 누구나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으로 사회가 점차 변하고 있다고 믿으면서부터 영화는 잿빛 도시에 색을 입히기 시작한다. 시장 노상에 펼쳐진 오렌지색 잡화부터 밝게 웃는 원주민들의 의상의 다채로운 색이 장면에 입혀진다.


테레사는 중간에 여러 번 반복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데, (우리는) 모두 같은데···.” 테레사가 받았던 차별은 지구 반대편 볼리비아만의 것이 아니다. 때문에 영화를 보며 다음의 질문을 던지게 된다. 우리는 과연 이 곳, 회색 사회에 색깔을 칠할 수 있을까?


*이 글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 소개 리뷰에 소개된 글입니다.

http://www.dmzdocs.com/kor/addon/00000002/history_film_view.asp?m_idx=101375&QueryYear=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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