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이나 May 02. 2019

허니문보다 솔로문: 포르투갈편의 시작

웨딩드레스를 입기 전, 혼자 떠난 포르투갈





혼자 리스본과 포르투를 다니다 보면 우연히 만난 사람들은 자주 궁금해했다. 12일이라는 장기 휴가를 여자 혼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그때마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 신나게 답했다.



This is my last solo trip before my marriage



그들은 눈이 동그래지는 환호를 보내면서도 가끔은 미묘하게 표정이 다를 때가 있었다. 이 로맨틱한 도시를 혼자 오다니 하고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몇 달 전에 글을 하나 읽었다. 20대와 30대의 다른 점을 비교하는 글이었는데, 30대가 되면 혼자 여행이 더 이상 재미가 없어진다고 하더라.


뉴욕, 도쿄, 그리고 바르셀로나. 나 또한 20대에 혼자 여행으로는 대표적인 세 도시를 여행해봤으니 그 글처럼 기대가 크진 않았다. 예전과 같은 소녀감성으로 모든 발걸음에 감동을 느끼진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심 끝에 결국 웨딩드레스를 입기 전 혼자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것도 먼 포르투갈로.


그리고 결론은 어땠을까. 정말 평생 두고두고 잘했다고 생각할 만큼 행복했다. 온전한 나로서 단단해지는 기분을 매일 느끼며 황홀했기에.





사실, 원래의 나는 함께 떠나는 것이 익숙했다. 5년이라는 긴 연애기간에, 무엇보다 여행을 좋아하는 두 사람이 만났으니 말이다.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서 나보다 훨씬 독립적인 그의 옆에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의지를 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오롯이 혼자였다. 포르투의 어느 돌계단에서 넘어져 턱을 부딪혔을 때도, 캐리어가 기차의 보관함에 들어가지 않아 둘 곳이 없을 때에도, 계속 나만 신경 쓰며 도움을 줄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혼자서도 괜찮았다. 막상 넘어졌을 땐 너무 아파 정신이 없었지만 다시 일어났고, 짐이 들어가지 않았을 땐 자전거를 두는 곳에 둔 뒤 움직이지 않도록 짐 위에 앉은 채 리스본에 도착했다.


그렇게 위기상황을 하나씩 해결해낼 때마다 혹은 오롯이 나만의 행복의 순간을 발견할 때마다 잊고 있던 나를 되찾는 기분이었다.

생각보다 나는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이 많았고,

생각보다 자신이 어떨 때 행복한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 쾌감은 정말 남달랐다.


즉, 이번 포르투갈 여행은 평생 같이 할(부디?) 파트너를 맞이하기 전, 온전히 나로서 실존해본 경험의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울을 떠나온 지 4일쯤 되었을까.


리스본의 어느 미술관 정원에 앉아 있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나를 지켜야 결혼생활도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그래서 그런지 용기가 생겼다. 이제 그와 함께하는 인생도 잘 꾸려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다.


결혼을 준비하고 있거나 평생 함께 하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오히려 그때가 혼자 떠날 때라는 것.

그리고 행선지는 누가 뭐래도 로맨틱한 포르투갈을 꼭 선택하길.



오랜만에 그보다 당신을 더 사랑하게 될 테니까.




- 허니문보다 ‘솔로문’ : 포르투갈 편 프롤로그






+) 프로혼자여행러의 포르투갈 여행기를 공유해보면 어떨까 싶다. 혼자 떠날 용기에 힘을 실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매거진의 이전글 #1 바르셀로나 여행 준비 총정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