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북 문화에반젤리스트의 '실인컨' 회고(1)
7월 9일부터 10일까지 인적자원 분야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이 모여 컨퍼런스를 열었다. 주최 측이신 김성준님의 소개로 같은 팀 혜운님과 함께 이틀 모두 참석했다.
성준님은 두 새내기 조직문화 담당자들에게 정말 소중한 과외선생님.
우리 상돈님(a.k.a 대표님)의 초빙으로 조직문화팀 둘은 성준님과 함께 매주 3시간 동안 사전에 읽어온 논문들과 현업의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성준님이 우리 고민을 많이 많이 들어주시는 시간ㅎㅎ)
선생님이 주최하시는 행사니 묻고 따지고 할 것도 없었다. 둘은 업무 캘린더에 '실인컨'이라는 세 글자만 남긴 채 바쁘게 돌아가는 오피스를 뒤로 하고 강연장으로 워크샵을 떠났다.
실무자의, 실무자에 의한, 실무자를 위한 인적자원 컨퍼런스. 부제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 <길 위에서>에서 따온 '하나의 길이 된다'다.
행사 제목도, 설명도 실무자라는 세 글자로 도배된 것처럼 보일 텐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나야 꼬꼬마지만 인사라는 업을 오래 해오신 연사분들의 참여 동기에는 하나 같이 똑같은 말이 있었다. 경영진이나 컨설팅펌이 참여하지 않는, 온전히 실무자들끼리의 고민을 나누는 곳이라 꼭 함께 하고 싶었다는 말.
그만큼 이 자리가 소중해 보였고 그 첫 시도에 운 좋게 탑승한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도 컸다.
행사 준비부터 항상 강조되었던 실인컨의 콘셉과 지향 가치를 보면 왜 '실무자'가 중요했는지를 단번에 이해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베스트 프랙티스(BP)보다는 날것의 사례가, 일방적인 강연보다는 실무자들 간의 토론이, 조직의 규모로 구분 짓기보다는 같은 고민을 하는 동반자로 서로를 여기는 마음이 있었다.
보통 이렇게 따뜻한 울타리가 주어질 때는 영양가 있는 배움까지 얻기는 어려울 때가 많은데 내가 워낙 부족한 탓인지 그런지 무엇 하나 놓치기 아까운 이야기들이 넘쳐났다.
그로 인한 마음의 부채가 컸다. 무엇으로 갚아야 할까 고민했는데, 내가 얻은 배움들을 오랜만에 글로 남긴다면 더 많은 스타트업 인사담당자들이 '실인컨'을 알게 될 테고 정답이 없는 HR과 조직문화라는 바다에서 함께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막간광고) 스타트업에서 혼자서 혹은 둘이서 고민이 많은 조직문화 담당자님들 연락주세요! 같이 고민해봐요
그래서 오늘 메가세션을 꾸며주셨던 카카오 황성현 인사총괄 부사장님의 <Building Positive Alliances with HR Professionals>내용을 먼저 공유해볼까 한다.
까마득한 선배가 먼저 길을 개척하고 난 후 이런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짚어주시는 것 같았다. '너무 좋다'라는 리액션이 연신 나왔던 강연이다.
우선 황성현 인사총괄 부사장님에 대한 소개를 간략하게 하자면, 선경그룹에서 시작해 야후코리아, Linkage, 구글 본사, SK Planet, Shopkick 그리고 현재 카카오의 인사와 조직문화를 관리하는 인사총괄을 담당하고 계신다. 주로 IT기업에서 인사와 조직 컨설팅 업무를 해오셨다.
긍정조직 개발에 대한 전공을 하신 뒤 그 분야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계신다고.
30년 가까이 이 업무를 하며 지켜본 결과, 세계적인 HR컨퍼런스를 관통하는 주제는 하나였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HR 하는 사람들이 전략적인 테이블에 초청받을 것이냐.
사실 이 이야기를 듣고 조금은 놀랐다. 나는 현재 60명 정도의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에서 조직문화를 핵심 엔진으로 생각하는 대표를 사수로 두고 이 일을 시작했기에 아직 깨닫지 못했던 니즈였다.
특히 미국에서는 인사팀이 피도 눈물도 없이 해고를 집행하는 이미지가 강해 더욱 그렇다고. 하지만 내 놀람과는 다르게 많은 청중들의 심리적 끄덕임이 느껴진 것은 확실했다.
최근의 주제는 역시나 4차 산업 혁명 시대, AI가 쏟아지는 환경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가이다. 역사적으로 시대가 바뀔 때 맞게 되는 큰 변화 중에 하나는 사회계급의 변화. 신종 계급이 부상하며 고착화된 계급은 쇠퇴하는 흐름에 따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고민하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중요하게 될 것은 당연히 예상되는 미래일 것이다.
황 부사장님은 실무자로서 인사 분야 내 어떤 분야에 대한 성장을 노력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셨다.
그리고 이어지는 신랄한 조언. 지금 내가 반복적인 업무로 이루어진 급여와 보상 관련된 제반 업무 담당자라면 심각하게 고민해보아야 한다고 했다. 이미 미국 회사는 그 분야를 아웃소싱한지 오래며 앞으로도 그런 경향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즉,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라는 주제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며 사람의 감성을 이해하고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는 분야에 더욱 역량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말이었다.
더욱이 더 이상 전통적인 학위로 얻을 수 있는 지식 말고 새로운 것을 더 빨리 배워서 예측하는 능력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학과를 졸업한 나도 대학교 초년생 때 HRD에서 일하고자 많은 잡서칭을 했었는데, 석사가 아니면 서류도 못 냈던 그 시절은 점점 사라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새로운 것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아니다.
유수 실리콘밸리 회사들의 조직관리 벤치마킹(Benchmarking)
평가제도 없애기(Ratingless Perf. System)
홀라그라씨(Holacracy)
피플 어낼리틱스(People Analytics)
애자일(Agile)
OKR
아마 스타트업 조직에서 꽤 일을 하신 분들이라면 위 키워드들이 너무 익숙할 것이다. 부사장님은 이런 유행과 같은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것도 좋지만 '우리 조직에 맞는, 우리 조직을 위한'에 대한 고민을 녹이는 것이 빠질 때가 많다며 우리 업의 본질을 놓쳐선 안된다고 하셨다.
항상 3-5년 앞은 필수로 미래를 그려보고 그에 맞는 스킬과 고민들이 무엇인지를 정의해봐야 한다고.
즉 내가 나의 경력을 예측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말인데, 강연자 또한 지금도 3년 후의 이력서를 미리 써보고 계속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5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환갑 전에 중국 회사에서 일할 기회가 올 것으로 가정하고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이 조언은 인사담당자 말고도 모든 조직노동자라면 깊이 고민해봐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추가로 들려주신 팁은 보통 강점은 강화하고 약점은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본인 생각에는 약점보다는 강점을 파악하고 강화하는데 훨씬 더 많은 노력을 쏟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하셨다.
다가오는 미래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우리 개인이글로벌 인재가 될 기회도, 글로벌 인재를 채용하는 기회도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이 고민이 중요한데 하지만 넘을 수 없었던 한계도 뼈저리게 느꼈다고.
부사장님은 구글 본사에서 일하는 동안 아시아인 직원들로 구성된 단체 Asian Global Networks 활동을 했었는데 아시아인 직원이라면 모두 Bamboo Ceiling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다.
* '대나무 천장'은 미국 기업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인식의 장벽을 말한다고 합니다.
그들은 어린 것도 직급이 낮은 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18명이나 되는 시니어급 아시아인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었다고. 원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밝혀내고 싶었던 이분들은 다 함께 비용을 내고 3개월 간의 프로젝트로 연구를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아시아인들이 Bamboo Ceiling을 직면할 수밖에 없는 세 가지 원인을 밝혀냈다고 한다.
함께하는 시니어급의 아시아인들은 그간의 커리어를 권위에 복종하며 성장을 해왔기에 본인의 강점으로 고착화가 된 것이었다. 글로벌 회사의 경영진이 판단하기에는 지시사항에 대한 결과를 빠르게 가지고 오기는 하지만 자신만의 철학과 사고가 없는 것처럼 느껴져 경영진이 될 자질은 없다고 판단한다고 한다.
어른을 공경하고 상급자를 모시며 가문을 위해서 일하는 아시아인들에게 깊숙이 박혀있는 특성 중 하나다.
사람을 판단할 때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고. Competence(능력)과 Warmth(인성)이 바로 그것인데, 그걸 가로축과 세로축으로 놓았을 때 나오는 4가지 유형 중 서구문화권에서 아시아인은 어디에 속할지 질문을 던지셨다.
보통 한국인이 보는 한국인은 '정'이라는 따뜻한 단어로 함축되곤 하는데 (대단한 오리온) 서구문화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서구는 Low Context Culture이기에 말한 것만 믿으며 쓰여있는 것과 보이는 표정 등만 사실이라고 여기는 것에 익숙하다. 우리끼리는 보이지 않는 맥락을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지만 반면 준거집단 외에 다른 집단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차가운 사람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아시안들은 유대인과 영국인과 같은 그룹에 묶이는 능력은 좋지만 따뜻함은 낮기에 그저 견제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Warmth is judged before Competence. ” - Fiske, Cuddy, Glick,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2006

Vulnerability는 우리말로 직역하기 참 어려운 단어이다. 연사도 이 점을 짚으며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나의 약점을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는 정도'라고 해석을 하셨는데, 정말 원어에 가까운 해석이지 않을까 싶다.
약점을 기꺼이 꺼내 보여주는 이것이 최근 리더의 필요한 역량으로 계속 꼽여지고 있다고 했다. 아시아인은 반대로 이게 참 어렵다.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문화에서 환경적으로 학습되었다고 보이는데 Vulnerable 함을 보여주는 개인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심리적 안전망이 갖춰져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성향은 그저 개인의 약점을 알 수 없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내 많은 장벽을 만들고 문제를 크게 만들게 된다고. 오답을 말할까 봐 급급하는 분위기에서는 당연히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가 힘들고 멘토링 관계가 형성이 되지 않는 원인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개인의 성장에도 자신의 Vulnerable 포인트를 발견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성장이 생길 수 없다고.
Vulnerability is not winning or losing; it's having the courage to show up and be seen when we have no control over the outcome.
Vulnerability is not weakness; It's our greatest measure of courage.
Brene Brown
다른 이들을 돕기 전에 본인의 긍정 에너지를 잃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세 번째 조언이었다. 아래 네 파트의 에너지를 균형적으로 상승시키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하셨다.
Spiritual(Purpose) 정신적 에너지
Mental(Focus) 멘탈 에너지
Emotional(Quality) 감성적 에너지
Physical(Quantity) 육체적 에너지
특히 나이가 들수록 연차가 쌓일수록 사회는 멘털 에너지와 육체 에너지의 소모를 요구함으로 더 관리가 필요하다고. 만약 긍정 에너지를 쌓을 수 없는 균형적 상태에서는 내가 이 일을 왜 하는 것인지 중심을 잡을 수도 없으며 당연히 남을 위한 생각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젊었을 때부터 관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하셨다. 인벤토리를 관리하는 것처럼. 본인이 공황장애 직전까지 가보았기에 깨닫게 되었다는 첨언까지 하시며 강조를 거듭했다.
나 또한 잠시나마 이 에너지들을 각각 관리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끝에는 Teal Organization에 대한 이야기도 하셨는데 개인적으로 이 개념을 알지 못해 공부할 개념으로 달아놓은 상태다.
끝에는 앞으로 인사를 고민하는 실무자들끼리의 자리가 더욱 많아지고 활발해지기를 바란다며, 실인컨이라는 연대를 응원하는 마무리로 마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