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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ENA Oct 05. 2020

돌고 돌아, 돌아오는 것

그냥 그렇게 좋은 마음으로 사는 것.

요즘은 세상이 말 그대로 빨라져 지은 죗값도, 내가 쌓은 덕도 다 내가 받고 간다(죽는다)고 한다. 

옛날에는 '죄지으면 못써 자손이 벌 받아'라고 했지만 요즘에는 죄지으면 내 죗값에 벼락 맞고 가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그게 내가 침을 뱉었다고 침으로 돌아오지 않고, 내가 욕으로 죄를 지었다고 누군가가 나에게 반드시 욕으로 돼 갚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A에게 나쁜 짓을 했다고 가정했을 때 반드시 A가 나에게 되갚아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는 뜻이다. 반대로 말해보면 내가 지나가던 거지에게 베푼 선행이 반드시 그 일면 일식도 없던 거지가 알고 보니 갑부였어서 자신에게 세상의 따뜻함을 알려줬노라며 감동해서 나에게 억만금을 주며 내 선행을 되갚아주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굳이 뭐 이렇게 어렵고 극단적인 예시까지 들어가며 설명을 하느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세상이 둥근 것처럼 둥글둥글 돌고 돌아 내가 던진 것이 무엇이든 좋은 기운 또는 나쁜 기운으로 돌고 돌아 다시 내게로 오는 것 같다는 느낌을 살면서 더 받는다. 


내가 일하는 곳은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경기가 안 좋아 계약직과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를 하는 직원들은 이미 다 내보낸 상태이지만 무려 4개월 전만 해도 오전, 오후 그리고 주말 이렇게 3교대로 풀타임 알바를 고용했었다.  대부분 아르바이트생들은 대학생들 이거나 갓 졸업한 취준생들이다 보니 일을 시키고, 가르쳐주면서 틈틈이 강산이 2번은 더 변할 정도로 많이 산 내가 이런저런 얘기들을 자주 해줬는데, 매번 스텝(우리는 아르바이트생을 '스텝'이라는 명칭으로 불렀었다)들이 하는 말은 "팀장님은 진짜 제가 만나본 어른 중에 진짜 좋은 어른인 거 같아요"라는 얘기를 자주 듣곤 했다. 또 후배들에게 무언가를 조언해 주고, 같이 함께 할 때면 나에게 '좋은 언니, 좋은 선배, 보기 드문 좋은 어른'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곤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는 그동안 좋은 선배들을 만났었고, 주변에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던 어른들이 계셨던 것 같다. 때론 쓴소리 같지만 약이 되는 얘기도 해주셨고, 참 너그럽고 인자한 사수도 계셨었다. 나이 차이는 많이 났지만 정말 고민이 있을 때면 나와 같은 시선으로 모든 것을 바라봐 주면서 함께 고민했던 언니들도 있었다. 

다른 면으로 생각해 보면 나는 내가 먼저 주기적으로 연락을 해야만 만남도, 연락도, 안부도 전하게 되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생각지도 못했는데 나와는 다른 위치에 있는 어른이 먼저 연락과 안부를 물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게 하시는 분도 계시고, 서로 적당히 주거니 받거니 연락을 취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고, 나에게 항상 먼저 연락을 하지만 나는 또 잘 안 하게 되는 친구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연락의 주고받음으로 연을 이어가는 사람들 속에 학교 후배들 모임이 있는데 그 후배들은 항상 나에게 말한다. "언니 먼저 연락 못 드려서 죄송해요. 저희가 먼저 연락해야 하는데...."라고 말이다. 

위에 두 얘기가 어느 것이 나쁘고 좋다를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직급과 나이, 연배를 따지기에 앞서서 내가 많이 주게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가 많이 받게 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절대 의도한 바 없으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떤 사람한테는 나는 주는 것이 더 많고 어떤 사람에게는 나는 유난히 받기만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이렇게 생각하니 오지랖은 태평양에 긍정적인 우주 블랙홀이라는 핀잔 아닌 칭찬을 듣지만 사실상 잘 생각해보면 내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잘 생각해 보자....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내가 부모님한테 사랑을 듬뿍 받지만, 사실상 나는 부모님이 해주신 사랑만큼 사실 다 갚지 못한다. 물론 그 값어치가 어떤지는 각자가 느끼기 나름인 것은 사실이다. - 요즈음은 부모를 죽이거나 패륜을 하는 짐승만도 못한 사람들이 있기도 하니 말이다 - 하지만 가정에서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밖에 나가서 고운 마음으로 선행을 베푼다. 누군가는 그 선행을 받을 것이고, 내가 준 사람한테 준만큼은 못 받겠지만 내가 준 사랑은 그렇게 퍼지고 퍼지게 되고, 나는 준 사람한테는 못 받지만 내가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에게 또 다른 많은 사랑과 선행을 받게 되는 것이다.

뭔가 심오한 것 같고 종교적인 것 같고 하지만 조금만 긍정적으로 곰곰이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라고 느낄 것이다.  조금 더 예를 들어 설명하고 싶지만 ㅎㅎㅎㅎ다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뭔가 나의 생각이 맞아떨어지는 세상 이치라는 이론적인 느낌을 주고 싶지는 않다. 

여하튼 무언가를 참고 인내하고 그러면서 또 감사해하면서 오늘 하루를 보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것 하나도 조금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베푼다면 돌고 돌아 내 삶이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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