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를 화나게 하는 것들

by winsomei

나는 스스로 화가 참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화가 많았던 건 아니었다. 남들에게 당하고 속으면서도 ‘그럴 수 있지 ‘, ‘이유가 있었겠지’라는 생각들이 내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을 때도 있었으니까.


도대체 ‘나는 언제부터 화가 많은 사람이 되었을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이십 대를 막 시작하던 때였던 거 같다. 십 대에서 이십 대가 된다는 어떤 기대감이나 흥분 따위는 없었다. 그때는 그저 대학생이 된다는 막연한 설렘과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화가 나 있었다. 완벽하지 못한 나에 대한 실망과 혼자 서지 못하고 여전히 의지해야 하는 현실이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결과는 뻔했었는데도 말이다. 열심히 하지 않았기에 원하는 대학에 원서를 쓰지 못했고 성적에 맞춰 가야 했다. 어떻게 해서든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야 했기에 서울 변두리에 있는 대학에 겨우 골인했고 왕복 4시간씩 왔다 갔다 하면서도 4년 내내 억지스러운 마음으로 다녔다. 즐거움보다는 실망과 분노가 컸음에도 왜 변화하려고 더 노력하지 않고 그저 그렇게 시간을 보내버렸는지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후회스럽다.

스스로에 대한 분노가 가장 컸던 이십 대에 아직도 잊히지 않는 자기혐오는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었다. 뒤돌아보니 그게 가장 후회된다. 나를 집어삼킨 분노를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풀어버린 일들이 말이다.


살면서 즐거움과 행복, 기쁨과 같은 감정들로만 가득하면 좋겠지만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운다. 엄마 뱃속에서 나와 슬퍼서 우는 것은 분명 아닌데, 아기를 처음 만나는 엄마도 기쁨의 눈물인지 안도의 눈물인지 운다. 어떤 눈물이건 기쁨과 슬픔만으로도 복잡하고 벅찬 감정의 소용돌이에 ‘화’라는 것이 내 안에 자리 잡게 되기까지 여러 가지 이유로 나도 참 많이 울었던 거 같다. 이제는 울면서 내 안에 울분을 삭이지 않고 웃으면서 화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싶어 졌는지도 모른다. 내 안의 분노를 스스로 통제하면서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우연히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나와 함께 나를 화나게 하는 것들이 뾰족하게 마음밖으로 튀어 나가고 하루 종일 그 생각들로 자신을 집어삼키지 못하도록 여기에 함께 내려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화,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