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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하정 Oct 01. 2023

당신과 평생 손잡고 다니고 싶어요 #2

#프로포즈

 저녁엔 밤 산책하러 나갔습니다. 안양천엔 다정히 걷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손을 꼭 잡은 모녀, 팔짱을 낀 부녀, 나란히 자전거를 타는 아빠와 아들. 2인용 자전거를 탄 연인도, 벤치에 붙어 앉아서 서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노부부도 있습니다. 모두 다정히 맞닿아 있습니다. 맞닿은 살갗으로 온기를 나눕니다.

 

오랜 연인이 된 우리는 가끔 오래된 부부 같은 농담을 합니다.

‘가족끼리 손잡는 거 아니지. 가족끼리는 껴안는 거 아니야.’

하는 짓궂고도 얄궂은 농담들. 하지만 말과 반대로 자석을 붙인 듯 서로에게 꼭 달라붙는 습관을 만든 우리만의 장난입니다.

 

얄궂은 농담과는 다르게, 나는 오래도록 사랑하는 가족들과 닿아 있고 싶습니다. 어디든 닿아서 온기를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엄마 손을 붙잡고 어디든 가고 싶고, 앞서가는 아빠에게 뛰어가 팔짱 끼고 걷고 싶습니다.

 

그러니 사랑하는 당신과는 더 오래도록, 아니 평생 맞닿아 있고 싶습니다. 긴 시간 동안 언제나 서로를 첫 번째로 생각하고 매 순간 사랑하면서 늙어가고 싶어요. 손을 꼭 붙잡고 소방서 옆을 지나던 중년의 부부처럼, 벤치에 꼭 붙어 앉아 사진을 찍던 노부부처럼 그런 세월을 함께 보내고 싶습니다.

 

어느 날은 당신이 내게 이런 이야기를 꺼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당신과 평생 손잡고 다니고 싶어요. 중년이 되어도, 노부부가 되어도 한결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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