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피레네에서
피어난 꽃

TDF 2024 Stage 14

by 스티븐

열네 번째 스테이지.

드디어 프랑스 남부(스페인 북부와 경계) 피레네 산맥으로 넘어가기 시작. 제대로 된 마운틴 스테이지. 어제 마무리했던 포에서 출발해서 생라리술랑 플라다데까지 총 151.9km의 거리.

가장 높은 클라임 등급 HC가 두 개나, 중간에 카테고리 2 클라임까지. 심지어 마무리 HC를 다 오르는 오르막에서야 겨우 스테이지 결승선이 있다. 오늘도 역시, 타데이 포가차와 요나스 빙거가드 그리고 렘코 에벤에폴의 GC 배틀에 기대를 걸어도 좋다. 물론 신예 조나스 아브라함센의 신나는 도발(?)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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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린터의 5km 내 낙차시 결승선 동시간대 처리가 되는 이번 대회 완화된 룰과 상관없이, 오히려 엄격해진 것은 진로 방해나 크래쉬 유발의 원인에 대한 징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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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스테이지의 결승선 500m 전 발생했던 빅 크래쉬. (무려 여섯 명이 걸려 넘어지거나 스프린트를 칠 수 없는 상태로 전락)

분명 이해할 수 있을만한 원인이 있다. 리드아웃을 하던 아마우리 카피오트는 신나게 끌어준 후 스프린터를 위해 왼쪽으로 속도를 줄이고 있었고, 로또 DSTNY의 반 길스는 자신의 팀의 스프린터를 리드아웃 해주기 위해 진로를 확보하기 위해 살짝 민다는 것이 조금 강했다. (충분히 이해할만한 의도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진로 방해를 하지 않는 앞 선수와의 '어깨 싸움'이 아닌 몸을 밀어 재낀 것이고 이로 인해 빅 크래쉬를 유발한 것은 명확히 잡혔다. 페널티 요인이 맞다.


결국 오늘 대회 공보에서 아래와 같은 페널티가 적용되었다.


벌금: 1500 CHF(스위스 프랑). 한화 약 230만 원.

UCI 포인트(선수간 등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포인트) 50포인트 삭감.


어차피 스프린트 스테이지 순위에 드는 선수로 보기엔 어려운 도메스티끄였으니 스테이지 순위를 강등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벌금과 함께 UCI 포인트 삭감은 영향이 크다.




어제 낙차로 페달링조차 힘들어했던 카피오트는 다행히 출전했고, 두 명의 선수가 (프리모스 로글리치, 후안 아유소) 포기. 오늘 스테이지에서는 COVID-19 추가 감염선수로 다운힐의 귀재 톰 피드 콕(팀 이네오스 그래디언트)이 대회를 포기. 총 열아홉 명의 선수가 대회에서 이탈. 오늘로 총 155명이 참전.


스테이지 시작 151km to go.

Depart reel. 중립 구간 8km의 워밍업. 와웃 반 아트가 기재 이상이 있는지 자전거를 점검하고, 수상 져지들은 빨간 심판관 차 뒤에서 천천히 페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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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감독관 크리스티앙 프루돔(프랑스 언론인. 대회 디렉터)이 깃발을 흔들고 스테이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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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펠로톤의 출발 속도에서 뒤떨어져서 50여 초 뒤에 달리는 선수. 아마우리 카피오. 어제 낙차의 영향일까. 펠로톤에서 점점 멀어지며 힘들어한다. 팔꿈치에는 매우 큰 붕대를 감고 있다. 팀 지원차량이 다가와 레이스 의지를 묻는다.

결국, 그는 대회를 포기한다. T.T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얼마나 큰 대회이며, 영광의 자리인지 안다. 얼마나 달리고 싶겠는가. 결국 회수차에 오른다. 부디 빠른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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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톤에서 열두 명의 선수가 뛰쳐나가지만, 펠로톤이 허용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마우리 카피오의 낙차 가해자 반 길스가 BA로 앞서 나온다.

스크린샷 2024-07-13 오후 8.34.27.png 푸른색 헬멧. 반 길스.

추가로 십여 명이 BA 그룹 형성을 위해 따라붙는다. 하지만 펠로톤이 한 줄로 늘어서서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BA를 허용할 경우 두 번의 HC 클라임엔 분명 악영향이다. 특히 GC 배틀 중인 세 팀은 BA가 그리 달갑지 않은 스테이지일 게다.


128 km to go

22km의 거리 경주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 별 변화가 없다.
스무 명 정도의 BA그룹 형성을 위한 어택. 이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GC 컨텐더 팀 위주의 펠로톤 간의 힘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BA 형성이 어렵다. 점진적 클라임도 그 원인 중 하나.

겨우 6초 정도의 갭을 두고 열 두 선수가 나섰다. 프랭크 반던브룩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 그 와중에 눈에 띄는 두 선수. 야스퍼 필립센과 비니암 기르마이 같은 스프린터 선수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다시 펠로톤에 잡아먹힌다. 오늘은 꽤나 긴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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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km to go

총거리의 1/3 정도가 지나서야 BA를 허용해 주는 펠로톤. 그래봤자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스테이지 전체적으론 이제 HC 업힐이 시작될 텐데 잡아낼 자신이 있을 테니. 어느새 추적조 그룹, BA그룹, 펠로톤 세 그룹으로 나뉜다. 콜 드 투르말레 직전 있는 중간 스프린트 지점 때문이다. 비니암 기르마이, 매튜 반더폴, 아르노 드 리 등 여러 스프린터가 BA와 추격조 그룹에서 로테이션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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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8 km to go

중간 스프린트. 에스퀴즈 세레. BA를 포함 10여 명의 스프린트 점수 순이다. 클라임 직전 스프린트 지점이니 만큼, 종합 스테이지 우승을 노리는 선수 외의 스프린터들은 이제 속도를 줄여 펠로톤으로 복귀 시작.


브라이언 코카드가 20포인트, 아르노 드 리가 2위로 17점을 겟. 뒤 추적 그룹에서의 스프린터 경주에선 비니암 기르마이가 필립센을 제치고 먼저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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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62.4 km to go

자 피레네산맥의 클라임 시작이다. 콜 드투르말레. 무려 19km의 클라임 구간이 평균 경사도 7.4%. 숫자만 봐도 하악하악이다.(고도는 무려 211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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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던 BA그룹의 움직임엔 별 차이가 없다. 매튜 반더폴과 매그너스 코트는 지속적인 로테이션 주기와 속도를 지키며 펠로톤과 4분의 격차를 유지. 펠로톤의 UAE 팀 등 GC 컨텐더들은 별 움직임이 없다. 아무래도 마지막 HC인 생라리 슬랑 프라다데를 노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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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20km 지. 이게 어느 정도 거리냐면 용인 죽전에서 출발해서 서울 송파/양재 합수부까지의 거리를 산으로 올라가는 경사도로 계속 가야 한다는 것. BA도 힘들지만 펠로톤은 더 힘든 클라임. 정상까지 갭이 4분 수준에서 크게 줄지 않는다. 선수들 모두 괴로운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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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클라임의 KOM은 무비스타의 오이에르 라즈카노(스페인). 이어 다비드 고듀(그루파마-FDJ)다. 1년 만에 다비드 고듀. 프랑스인들에게 큰 박수를 받고 있다. 조금 줄긴 했으나 큰 격차를 줄이지 못하는 펠로톤. 역시나 마무리 HC를 노리는 듯.(레이스 펠로톤 뒤 후미 쪽에서 달리던 EF 에듀케이션 이지포스트의 알베르토 베티올 선수가 경기를 포기)


어쨌거나 부러운 건 오르는 선수나, 응원하는 관중이나. 모두 자전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도 2200의 콜 드 투루말레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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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없는 다운힐. 올랐으면 내려가야지. 부디 다운힐에서 다치는 선수가 없기를. 다운힐도 길어도 너무 길다. 하아~ 다운힐 속도가 무려 90에 육박한다.


추적그룹을 따라가는 오토바이.

잠시 보였던 중계 오토바이의 계기판엔 102를 찍었다. 낙차 하면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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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km t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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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두 번째 클라임. 아워퀘트 당시잔. 총 길이 8.2km의 거리에 평균 경사도 5.1% 2등급 카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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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입부. 어느새 펠로톤과 BA그룹은 1분 갭이 줄어 3분대. 그리고 중반부에 이르자 2분대 갭으로 줄어든다. GC 컨텐더들이 옹립하고 있는, 아직 폭발하지 않은 전차가 조금씩 엄습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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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퀘트 당시잔 정상. 선두그룹은 다섯 명으로 줄었고 점점 다가오는 옐로 져지 그룹은 1분 30초 대로 격차를 줄였다. 마지막 HC 클라임 초입에서 따라 잡힐 듯.



결승선으로 가는 마지막 클라임.

생라리술랑 플라다 데. 총길이 10.6km에 평균경사도 7.6%. 마무리 클라임 치고는 최상급에 해당한다. 선수들의 허파가 찢기고 또 찢긴다.


타데이의 UAE 팀의 도메스티크는 넷. 요나스의 비스마 리스 어 바이크는 둘. 리드아웃맨의 숫자로 비교할 바는 아니나 어택이 폭발했을 때 반응해야 하는 순서나 상황엔 분명 영향을 준다. 예상엔 정상 전 잠깐 완만해지는 곳에서 폭풍 댄싱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아래 경사도에 있어서는 푸른색 결승선까지 3.5km만 남은 지점. (Espia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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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km to go

헌데, 마무리 플라다데 클라임 초입에서 양상은 다르게 흘러간다. 선두그룹 선수 중 다비드 고듀와 벤 힐리가 어택. 다른 세명을 떨구고 먼저 오른다. 속도를 계속 높여가며 펠로톤 그룹과 갭은 줄어들지 않는다.

벤 힐리가 다비드 고듀를 제친다. 벤 힐리의 페달링이 가볍다. 아직 8.7km나 남았지만. 펠로톤의 선두는 UAE 파벨 시바코프가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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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km to go

펠로톤 그룹의 아담예이츠가 앞으로 나서서 끌다가 갑자기 어택. 속도를 내고 올라간다. 포가차보다 뒤에 오던 예이츠를 앞세워 발사. 팀 전술이다. 어쩌면 GC 컨텐더들은 묶어두고 예이츠가 스테이지를 먹는 계산일 수도. 이미 예이츠는 자신의 능력을 그 험한 투르 드 스위스를 포함 여러 대회에서 증명한 바가 있으니.

(개인적으론 예이츠의 댄싱 자세를 상당히 부럽게 생각한다. 5.4km까지 1km를 넘게 계속해서 댄싱을 치고 있는 아담 예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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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km to go

타데이 포가차 폭발적 댄싱으로 어택!!! (예상보다 1km 더 빠르게 움직인다.)

렘코와 요나스가 반응은 하지만 점점 멀어지고 있다. 폭발적 타데이의 힘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리고 그는 댄싱 머신 아담 예이츠의 뒤에 따라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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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전략

이거였다. 예이츠는 선두로 가던 벤 힐리를 제치고, 선두로서 자리 잡고 리드아웃.
후미 펠로톤으로 쳐지는 척 갭을 두었다가, 시간차 어택으로 포가차가 예이츠에게 따라붙고

예이츠의 리드아웃으로 추가 발사 엔진을 탑재하는 꽃 같은 전략!



3 km to go.

예상대로 살짝 완만해지는 구간에서 예이츠보다 앞서서 타데이가 뛰쳐나간다. 다시 한번 펀칭. 요나스가 따라붙으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두둥!! 예이츠가 넘겨준 추진엔진+포가차의 엔진 2차 발사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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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km 남은 지점까지 요나스 빙거가드와 22초의 갭을 벌린다.


오늘의 위너!!

팀 UAE의 세계랭킹 1위에 빛나는 킹오브마운틴 타데이 포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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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디펜딩 챔피언에겐, 뒤처지지 않은 체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증명한 희망의 기회는 있었으나, 셉 쿠스의 부재를 실감하며, 39초를 더 잃는 결과. (종합 기록 2위였던 렘코 에벤에폴은 타데이에게 1분 10초를 잃었다.)

종합 기록 순위는 요나스 대비 타데이가 1분 57초를 앞서게 되었고, 요나스는 2위로 3위 렘코 대비 25초를 앞서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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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의 왕좌 탈환을 위한 타데이 포가차와 UAE 팀의...



가장 멋진 전술의 꽃이 피었다고 하겠다.

피레네의 마리요 존느로 가는 행운의 꽃은 그렇게 활짝 피어났다.



이미지 & 영상 출처: 공식 사이트, 대회 공식 SNS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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