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의 거리

우리 집에서 우리 집으로. 다시 이사하기 #2

by 스티븐

그러니까 올해로 결혼 24년 차. 아내와 연애를 최소 만 6년 이상 했으니 함께 지낸 지는 만 30년이라 봐도 무방하겠다. 아내와의 거리감에 변화가 있었던 적은 별로 없었다. 적어도 내 기억엔. 덕이 많은, 온화한, 깊은 마음을 가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같은 남편을 다룰 스마트한 머리까지 지닌 아내를 만나 살아왔다.


정말 운.좋.게.도


이런 고마운 아내와 본의 아니게 각방을 쓰게 된 게 언 10년. 결혼 생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아내와의 시간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다. 서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온 부부라고 자부한다.


헌데 왜 각방을?

wa233_XL.jpg 크게 보이지만 둘이 누우면 그냥 가로폭이 그냥 막 그래...


우선, 아이와 엄마와의 간격은 3cm, 아이와 아빠와의 간격은?


아이를 낳고 육아를 보면서 함께 5년은 같은 방을 썼던 것 같다. 속싸개로 잘 안아주던 녀석이 어느새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고,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울어버리던 유아시절엔 그나마 함께 아이를 보며 한 방을 썼다. 이때까지는 큰 무리가 없었는데 회사를 옮기고 야근을 밥먹듯이 하던 시절을 보내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 막 잠든 아이를 밤 12시가 넘어 들어가 깨우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생활의 교훈을 몸소 익히던 우리 부부. 결국 작은 방으로 잠을 청하기 시작했고 딸아이가 엄마 품의 3cm도 가깝지 않게 여기는 시기가 시작된 거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절 대부분 아내는 딸아이 방에서 잠을 청했다. 딸아이를 꼭 끌어안은 채. 아침 커피를 한 잔 하기 전, 운동을 나가기 전 살짝 열린 딸아이 방문 사이로 그 모습을 본 게 언 10년. 비단 우리 가족 만의 일은 아니었을 터.

7ADAC883-E260-4D06-A30C-F750E54F1296.jpg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세요


먹성 좋은 아빠의 후유증


결과론적으로 결혼 전 대비 중년이 된 지금까지 몸무게는 20kg 늘었다. 중간에 약 8kg 감량을 한 적도 있는데 역시나 체중 증가는 만병의 근원이다. 액티비티를 꽤 좋아하는 편이라 근육량도 많은 축에 속한다. 그렇다 보니 내 실제 몸무게를 들으면 다들 놀라는 편. 아웃핏 대비 어찌 그리 나갈 수 있느냐는 표정이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실질적인 지방량도 어느 정도는 덧붙어 있으니 건강한 생활을 위해 매일 운동을 안 할 수 없는 수준. (지금으로부터 10kg 감량이 가장 적절한 장수방법이리라.)

지속적으로 늘어난 몸무게가 자리 잡은 곳 중 목과 비강 안의 살은 또 어떻겠는가. 당연히 늘어지게 불어나 있을터. 이와 함께 잠을 자는 동안 발생하는 호흡/비강/열구개호흡 사이에서 벌어지는 각종 소음 역시 점점 강화되어 믿지 못할 데시벨을 이룩하지 않았을까?

신혼 때부터 아내는 내 코골이 소리도 버터낼 인내심을 가졌으니 고마울 뿐.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선 - 아 왜 있지 않은가 그런 경험. 워크숍을 갔는데 옆사람의 코골이 소리에 잠을 청하지 못해 날밤을 새운 - 이게 꽤 고통 중의 고통이란 건 명확하다. 아내가 안방에서 딸아이 방으로 이동해 취침한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내 나태함이 나은 후유증이다.

IMG_0409.jpg 드르렁냥 드르렁냥~


시도는 좋은 것. 그러나 우린 결혼 24년 차.


물론, 그전에도 안방으로 헤쳐 모이기 위한 노력은 해왔다. 특히 딸아이와 우선 여러 가지 합의를 보았던 터. 물질적 공세도 수차례. 침대를 사주면 혼자 자겠다는 둥, 새로운 책상, 피아노 등등. 하지만 다 소용없었다. 아이의 방이 좁아져도 아이는 더 좁은 아내와의 거리를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아이에게 문제는 없다. 아내와 나로부터의 오로지 애정 그리고 관심을 많이 필요로 하는 아이다. 이 점은 다양한 방법으로 가족 간에 입증해 본 결론이다. 때문에 더 세심하게 설명하진 않는다.


대략 2년 여 전부터 우린 안방에서 함께 지내기로 애를 쓰고 있다. 딸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하고 숙제가 많아지면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날이 늘었다. 하지만 아내도 이제 중년에 들어서는 시간. 딸아이의 늦은 밤 일과를 마칠 때까지 계속 기다릴 수는 없는 터. 며칠간 안방의 침대를 함께 쓰며 취침에 들었다.


헌데 이게 얼마만인가. 10여 년 만 아니던가. 따로 자던 우린 자는 습관도 많이 바뀌어 있었다. 특히 나 스스로도. 어깨에 무언가 조금이라도 닿거나, 뒤척이는 것에 매우 고동도 민감성을 가지고 있었다. 스스로도 놀랐다. 사랑하는 아내의 어깨이거니 그게 무슨 상관이냐 생각하지만, 나이가 들어 그것도 잔망한 불면의 핑곗거리가 되더라. 아내 역시 뒤척이는 내 움직임에 영향을 받아 좁은 침대를 불편해하는 듯했다. 우린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였지만 그렇게 멀리 살아왔던 걸까. 쉬이 드러내지 못한 불편함을 한 낮 대화를 통해서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우린 방법을 찾아야 했다.



변화의 시도


가장 큰 변화. 안방에 있던 더블베드 침대를 버렸다. 우리가 함께 지내온 세월에 비해 좁아진 크기도 문제이거니와 너무 오래된 매트리스는 소리 내며 꿀렁이기까지 했다. 버려야 할 시기가 왔다. 8천 원 재활용 쓰레기 배출 스티커를 부착한 채로. 그리고 아내를 설득했다. 사실 이 부분은 수년 전부터 함께 상의해 오던 변화다. 싱글 침대 두대를 나란히 안방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아내도 나도 이점에 매우 공감했고 같은 공간에 함께 있고, 함께 잠에 들 수 있는 부부의 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해줄 변화라 생각했다. 우리 부부는 서로의 이 변화에는 상당한 만족감을 가질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KakaoTalk_Photo_2023-01-18-07-28-20.png 매트리스에는 8천 원, 침대프레임에는 1만 5천 원 재활용 배출 스티커가 사용되었다.




To be continue in #3 Article...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거실은 가족 모두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