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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ter flush Feb 27. 2022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읽는시간..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의 긴 여운은 이 책을 집어 들게 만들었습니다.

숲에 이는 바람이 느껴지고,

그 사이로 내리는 빛과 

바스락거리는 나뭇잎의 흔들림이 고요하게 퍼지던 여름의 숲.

그 기억 속 사람들의 나직한 대화와 함께 마시던 차와 

조용히 타오르던 사랑과 

일의 열정이 설계도면과 함께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새겨진 여름의 책이지요.

마쓰이에 마사시 작가의 책을 다시 찾은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가상의 마을 에다루에서 펼쳐지는 3대에 걸친 이야기입니다.

이요에서부터 하루까지 4대에 걸친 훗카이도견도 소에지마 사람들과 함께 합니다.

어떤 인물도 두드러지지 않고,

극적인 사건에 휘말리지도 않으며,

그저 담담하게 삶을 그려내지만

그 평이해 보이는 삶 하나하나는 모두 극적입니다.

아유미의 삶이 그렇고, 

에미코의 삶이, 

요네의 삶이 말입니다.

개입하지 않지만 등장인물 모두에게 같은 마음의 깊이를 품고 있는 작가의 시선에서 절제된 감정이 묻어납니다.

어떤 인물도 도드라지지 않지만 모두는 개별적으로 빛이 나고,

그 빛나는 삶이 읽는 이에게 스며 오롯한 각자의 인물이 되어 마주할 때 이 책은 가장 멋지게 읽힐 것입니다.

자기가 태어난 하천에 돌아와 알을 낳는 모천회귀 본능의 연어를 떠올리게 되는 건 제목에서도 그렇지만 첫 문장에서 그려지는 소실점을 등지고 선 구부정한 모습의 하지메, 그의 귀향 때문이기도 하지요.

500페이지의 짧지 않은 글을 꼭 다시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건 

글 안쪽에 작가가 새겨둔 인물들의 감춰진 마음 때문입니다.

모든 이야기는 끝났지만 이제 그들은 제게 말을 걸어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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