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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ter flush Jul 03. 2022

7월 단상

벌써 7월이네요.

달려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시간에 쫓기며 지낸 것 같습니다.

심적 부담이 컸던 4학기였지만 잘 마치고 방학입니다. 드디어!

이제 남은 5학기만 잘 마무리하면 졸업인데 아마도 다음 학기는 조금 더 부담이 되겠지요.

과제와 시험이 비처럼 내리치는 줄 알았더라면 과연 시도했을까 싶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하길 잘했다 싶은 건 정말 많이 배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제 인생에서 참 잘했다 싶은 일 중 하나가 되었네요.

마음을 다듬는 일이기도 하고요.

얼마 전 마음공작소 문을 두드린 어르신이 한 분 계십니다.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여쭙기에 책 모임을 하기도, 茶 공부를 하기도, 그러나 무엇보다  茶를 마시며, 마음을 이야기하는 곳이라 말씀드렸더니 본인 마음이 괴로워서 몇 번 와도 되겠냐고 물으시더군요. 날짜를 잡고 세 번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여든을 바라보고 계신 나이였음에도 지나온 시간을 이야기하는 동안 어르신의 얼굴은  소녀의 얼굴이 되었습니다. 반추하는 시간 동안 눈에선  빛이 났지요.  

힘든 시간과 기억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제가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갔나 나온 것 같습니다.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모든 이야기를 녹음했고, 따로 시간을 내어 그 이야기를 모두 축어록으로 기록했습니다. 축어록을 작성하는 데는 함께 이야기를 나눈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녹음된 내용을 들으며 받아 적고, 생각할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상대를 더 깊이 이해하고 다가가게 해 주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에니어그램으로 유형 공부를 시작한 것이 벌써 십오 년이 되어가네요. 그러나  긴 시간 공부를 했음에도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저와 3년 넘게 공부를 하고 계신 분들이 몇 분 계십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전문가 수준이 되었지만 그래도 늘 당부드리게 되는 것은 섣불리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어떤 틀을 갖고 행동적인 측면에서 사람을 판단하기 시작하면 오류와 실수의 연속이 되기 때문이죠. 사람은 그리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항상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담겨 있다는 것을 놓치면 안 된다고 잔소리를 많이 하면서 또 제 자신에게도 다짐하게 됩니다.


더운 여름이 코앞이네요.

요즘 저는 임윤찬 군의 피아노 연주를 매일 듣고 있는데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멋지게  아름답고,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 연주를 들으며 땀이 비 오듯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피아노와 하나된 연주자의 모습에 감동 받고 있습니다. 

그는 음악을 잘 이해하고 연주하는 것을 넘어서  작곡자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의도한 바를 찾아 마치 그가 되어 연주하듯 음악을 만들어내는 대단한 연주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멋진 연주를 한다는 자부심을 보이는 것이 아닌, 진정한 음악을 살려내고자 하는 겸손과 미덕마저 느껴집니다.

긴 시간 피아노 앞에서 깊은 사색과 함께 얼마나 마음을 단련했을지 짐작하게 되네요.

연주한다는 표현 보다 연주 안에 그가 있었습니다.

이 어린 거인 앞에서 많은 생각이 스치더군요. 

그의 연주가 곧 배움입니다.

더위도 잊을 만큼 감사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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