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 비슷하게 생긴 아이들도 많고, 같은 이름이라도 다양한 색과 다른 모양새로 식물들의 이름을 제대로 알고 불러준다는 건 내게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숲해설가로 활동하시는 분들을 보면 어찌나 대단하게 느껴지는지...
오랜 블로그 이웃이신 김건숙(빛살무늬)작가의 네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2017년 첫 책이 출간된 이후로 정말 꾸준히 책을 내고 계신다. 책을 읽고 글만 쓰는 것이 아니라 여러 활동도 겸하고 계셔서 그 열정과 도전 정신에 매번 놀라게 된다. 그간 그림책 활동가로도, 숲해설가로도 활동을 하며, 자신의 삶을 다듬고 성찰의 시간을 쌓고 계신다는 걸 이번 책을 통해 더 진하게 전해졌다.
어르신 느티나무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가다듬기 하는 시간.
내면의 성찰 일기처럼 꾸밈없이 다가오는 글에서 명상의 기운마저 느껴진다.
열정이 이는 곳을 따라 몸을 움직여 실천하는 삶이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늘 마음은 있으나 그 마음의 반도 따라주지 못하는 비실한 의지에 스스로 무너지고 체념하는 삶이 더 익숙하니 말이다.(나의 이야기다.ㅠ)
책을 읽으며, 나도 좀 걸어볼까? 작가님의 '결단'에 동참해 볼까? 날이 따뜻해지면 맨발걷기도 해볼까? 이런 신이 나는 자극을 받으며 마음에 온기를 채우는 글과 함께 훈훈한 시간을 보냈다.
책은 크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받아들이다, 2장 품다, 3장 넘어서다.
작가가 가장 사랑하는 책, 자연, 걷기. 이 세 가지를 모두 아우르는 것이 안산의 상록오색길이라 했다. 작가는 이 길을 하나의 문장을 품고 걸었다. 그 길에는 400년이 넘는 세월을 지키는 어르신 느티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데 그곳까지 다다르면 저자는 어르신 나무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 혜안이 깃든 말씀이 푸근한 음성처럼 내면으로 흘러 들어오는데, 품고 걸은 문장은 마음에 되새겨져 이 시간은 그대로 명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작가의 지혜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걷는 길 위에 스친 숱한 생각들은 마음에 파고들어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흔들림 없는 지혜가 조금씩 쌓여 받아들이고, 품고, 넘어설 수 있는 크기로 자라나는 과정이 다정한 글로 쓰여졌다.
지난 세 권의 책들도 모두 좋았지만 이번에 출간된 책은 더 따스하고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많았다. 작가님과 함께 숲길을 걸으며 나무를 보고 바람을 가르며 나지막한 대화를 나누는 느낌마저 들었는데 봄이 되면 작가님 따라 상록오색길을 걸으며 어르신 느티나무를 뵈러 가자고 조르고 싶어졌다.
뒷부분의 임사체험 부분은 워낙 관심이 많은 분야여서 더 흥미 있게 읽혔는데 이에 관해 작가님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작가는 그야말로 심혈을 기울이고 산고의 고통에 비견할 만한 인내의 시간을 거쳐야 함을 알기에 책을 읽으면서도 한 문장 한 문장 허투루 대하지 않고 정성껏 읽었다. 또한 그렇게 읽고 싶어지게 쓰인 책이라 많은 분들께도 권하고 싶다.
숲에서 마음을 다스리며 조용히 혼자 걷기로 내면의 성찰을 도모하는 분들께 주저 없이 권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