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억만장자라니..
"여보, 토마스 못 봤어요? 가게가 이렇게 바쁜데 얘는 또 어딜 갔는지.."
엄마가 찾는 걸 알았다면 부리나케 달려갔을 착한 아들 토마스. 그러나 그는 요즘 틈만 나면 바닷가 항구에서 시간을 보낸다.
'저 배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갈 수만 있다면.. 뭔가 지금과는 다른 나의 삶이 저곳에 기다리고 있을 텐데..'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그동안 쓰지 않은 돈 20달러가 잡힌다.
'그래, 조금만 더 모아서 저 배를 타자. 내 인생은 저곳에서부터 다시 시작될 거야.'
제임스 테일러가 스리랑카에 도착해 커피농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즈음 영국 홍차 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을 또 한 명의 스코틀랜드인이 태어난다. 지금도 마트나 백화점의 차 코너에 가면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반가운 이름 립톤. 토머스 립톤은 뛰어난 사업수완으로 백만장자가 되었으며 그가 직접 다원을 사들이기 위해 스리랑카 섬에 도착했을 때는 제임스 테일러가 실론 차의 품질을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려놓은 상태였다. 열심히 연구하고 일한 사람 제임스는 농원에서 퇴직을 요구받고 있었고,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다원을 갖기 위해 계속해서 다원 신청을 하지만 결국 거절당한다. 하지만 백만장자가 되어 스리랑카 섬을 찾은 립톤은 쉽게 다원들을 사들일 수 있었고, 눈에 띄는 포장과 광고를 앞세워 스리랑카에서 영국으로 차를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이 두 명의 스코틀랜드인의 운명이 돈 앞에서 판이하게 갈라지는 모습은 참으로 씁쓸하다. 점점 립톤차의 대중화가 이루어지면서 영국인들 사이에선 실론티는 립톤이라는 강한 인식을 갖게 되었다.
립톤은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부모님은 아일랜드계 사람이다. 립톤이 태어나기 전 그의 부모님은 스코틀랜드로 이주했으며 그곳에서 작은 아일랜드 식료품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어린 립톤은 부모님의 가게 일을 종종 도와 드렸는데 어린 나이였지만 장사하는 요령이 눈에 띄게 남달랐다. 그는 열다섯이 되던 해 바다 건너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으로 증기선을 타고 뉴욕을 향해 가게 된다. 그는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생계를 위한 돈을 벌기 시작했는데 왜 그를 스마트하다고 표현하는지 그의 미국 생활을 들여다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는 눈치 백 단 이며 거기에 성실성과 민첩함까지 두루 갖추고 있고, 돈이 되는 길을 알았으며 자신이 갖고 있는 상품을 어떻게 광고해야 할지를 알고 있었다. 미국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돈을 조금씩 모은 립톤은 미국을 떠나기 얼마 전 원하던 뉴욕 백화점의 식품매장에서 일을 배우며 이러한 기술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일을 배우고 미국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때가 그의 나이 열아홉. 4년 만에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이름을 건 식료품점을 열 수 있었다. 그곳에서 그는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특별한 방식으로 가게를 운영하게 되는 데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나가서 특이한 방법으로 광고를 한다든지 크리스마스 시즌엔 치즈에 금화를 넣어 행운을 가져가라는 등 사람들의 마음을 혹하게 하는 마케팅으로 그의 점포는 10년 후 20개로 늘어났다. 이렇듯 그는 식료품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 당시 영국 가정의 식탁엔 항상 차가 함께 했는데 차는 대부분의 식료품점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그 당시 식료품점은 찻잎을 저울에 달아 손님들이 원하는 만큼 덜어서 판매하였는데 손님이 많이 몰리는 시간엔 차를 사기 위한 줄이 길어지는 모습을 보고 립톤의 가게에선 찻잎을 미리 소분해서 포장해 놓았다. 줄을 서지 않고 바로 구입할 수 있는 립톤의 가게에 홍차를 사러 오는 손님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립톤은 홍차야말로 돈이 된다는 사실을 실감하였다. 그는 다른 가게보다 홍차를 좀 더 저렴하게 판매할 방법을 생각하다가 결국은 차의 생산지로부터 상품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실론섬으로 떠나게 되었고, 그곳의 다원 중 마음에 드는 몇 곳을 직접 사들였다. 그의 다원은 우바 산맥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는 우바가 세계 3대 홍차가 될 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일까? 이곳 다원을 사들이고 그는 공장의 기계들도 최신식으로 바꿔가며 좋은 품질의 차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으며 위생적인 면도 신경을 많이 썼다. 결국 그의 차는 다음 해 런던 차 경매에서 최고가로 낙찰되는 등 사람들로부터 립톤차는 믿고 마실 수 있다는 신뢰를 얻게 했으며, 차의 가격을 낮춰서 품질 좋은 차를 저렴하게 마실 수 있다는 인식까지 심어 주었다.
립톤 하면 떠오르는 것이 노란 포장 상자에 빨간색으로 써진 Lipton이라는 글씨다. 그는 이러한 눈에 띄는 포장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자신의 상품을 각인시켰고, 그가 내건 슬로건은 '다원에서 직접 티팟으로(Direct from the garden to the teapot)'로 다원의 신선한 찻잎을 바로 각 가정의 찻주전자에 옮겨 놓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고 립톤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홍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스리랑카 다원에 첫 삽을 뜨고 힘들게 다원을 일궈낸 제임스 테일러의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실론의 찻잎은 립톤의 광고로 날개를 달고 전 세계인의 가정에서 쉽게 마실 수 있게 되었고, 반면에 중국의 홍차를 생산하던 다원들은 점점 시들어가기 시작했다. 결국 영국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중국의 다원을 통째로 자시의 식민지 땅인 인도와 스리랑카에 고스란히 옮겨 놓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