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준비..

생강청

by winter flush

요즘은 장 보러 집을 나서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대신 사야 할 게 떠오르면 바로 컴퓨터를 열게 되지요.

검색이 시작되면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처음엔 생강을 사야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생강청을 담겠다는 의지도 없었습니다만 상품 사진에 싱싱한 생강을 보자 마음이 요동을 칩니다. 마음이 요동치는 이유는 딸내미 때문이지요.

딸내미는 아기 때부터도 어른 입맛을 갖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좋아할법한 김밥, 짜장면, 탕수육... 이런 것들은 거의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보통 생강차는 아이들이 좋아하기 힘든데 딸아이는 참 좋다며 주는 대로 받아 마시는 걸 보면 입맛이 특이하긴 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생강을 보고 제 마음이 움직인 게 당연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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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던 것이 뭐였는지는 잊고 생강을 한 박스 주문했습니다.

울퉁불퉁 껍질을 까기 힘들게도 생겼지요.

찬물에 잠시 담갔다가 마디마디 잘라 슥슥 긁듯이 껍질을 벗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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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얀 속살이 원래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게 만듭니다.

마늘 가는 커터기 속으로 들어가려면 이 모양으로는 안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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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됐습니다. 이 정도면 커터기에서 잘 갈릴 것 같습니다.

갈린다는 끔찍한 운명을 알아들을까 속으로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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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받아들인 생강의 얌전해진 모습입니다.

이제 곱게곱게 다져진 생강에 달콤한 선물을 뿌려줄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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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 유기농 팜슈가를 아낌없이(하려다 양을 좀 줄여) 뿌리고 뒤적뒤적 섞어 주었습니다.

껍질 제거하는 미션이 제일 손이 많이 가고 뒷목이 뻐근할 뿐 그 이후의 과정은 순조롭습니다.

귀찮다는 생각만 없애버리면 그야말로 일도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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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설탕을 머금은 생강청이 금세 완성되었네요.

숙성시간도 길지 않습니다. 몇 시간 실온에 둔 후 바로 냉장고에 넣으라는군요.

1kg 작은 박스라 유리병 세 개에 담으니 끝이네요.

한 병은 엄마께 갖다 드려야겠습니다.

맛이 괜찮으면 또 주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걸 보니 껍질 까는 수고를 벌써 잊었는가 봅니다.

냉장고에서 하루 재운 후 궁금함을 못 참고 꺼내봅니다.

대추도 꺼내 깨끗이 씻어 생강청을 뭉근히 우려보네요.

집안에 은은한 생강 향이 달콤하게 퍼졌습니다.

눈치챈 딸내미가 방에서 슬슬 나옵니다.

"한 잔 마실래?" 대답은 표정이 말해주지요.

세 번 정도 우려 반나절 계속 마시는군요.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생강!

감기 걸리지 않고 식구들이 건강하게 잘 지내길 염원하는 마음도 함께 넣었으니 이번 겨울도 행복하게 잘 보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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