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독서모임을 잠시 쉬고 있습니다.
원래대로 였다면 이 책 '스토너'를 멤버들과 함께 읽고 있을 텐데요..
모임은 잠시 멈춤이지만 책 읽기를 멈출 순 없지요.
이 책이 사람들 사이에 왜 그렇게 회자되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1965년에 출간되었고 초판이 다 팔리지 않아 절판되었던 책이 50년 후 부활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엔 2015년 출간이 되었고, 올해 리커버 판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런 사실을 다 알면서도 그동안 손이 가지 않았던 건 순전 청개구리 같은 심보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윌리엄 스토너..
이 남자 정말 답답하지요. 자기주장이란 걸 잘 하지 않습니다. 순응형 인간의 대표격입니다.
19세기 후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부모와 함께 땅을 일구며 묵묵히 살아가던 중, 농과대학에 가게 되면서 이 남자의 운명은 다른 방향으로 꺾이게 됩니다. 그러니까 '책'을 만나면서 스토너는 자신의 삶이 앞으로 어떠해야 할지를 알게 된 것이지요. 농사짓는 공부에서 문학으로 그의 마음은 점점 벌어집니다.
진정 자기 삶의 중심을 향해 가는 것이지요.
그의 삶은 부모와 함께 했던 이전의 삶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시작점에서 '이디스'라는 한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고, 그 빼앗긴 마음은 고통스런 삶으로의 시작을 알립니다.
한 달도 안 돼서 그는 이 결혼이 실패작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1년도 안 돼서 결혼 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렸다. 그는 침묵을 배웠으며, 자신의 사랑을 고집하지 않았다.
107p
한 달도 안 돼서 자신의 결혼이 실패임을 알게 되지만 그는 그냥 받아들입니다. 어떠한 저항도 없이 말이지요.
이디스, 이 여인은 지속적으로 제 신경을 거스르게 했습니다.
화도 나고, 안타깝기도, 의문이 들기도, 나중엔 불쌍하기까지 했지요.
어떤 환경이, 어떤 요소가 그녀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버린 걸까요..
그 영향은 딸 그레이스에게까지 미칩니다. 이 부분에서 스토너에게 화가 조금 났습니다. 수동적인 그의 삶이지만 딸마저 묵묵히 바라보는 형태가 되었을 땐 정말 화가 나더군요.
이디스는 가면의 삶을 살아갑니다. 보여주는 삶에 초점이 맞춰지니 진심과 진정성이라는 내면의 알맹이는 찾아볼 수 없는 껍데기뿐인 삶을 살아가지요. 온 마음을 채우고 있는 찌꺼기 같은 생각들이 가족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 갑니다.
이런 인간이 둘 더 나오지요. 로맥스와 찰스 워커입니다. 로맥스는 스토너가 몸담고 있는 대학의 학과장이고, 찰스 워커는 대학원생입니다. 집에서는 이디스가, 학교에서는 이 두 사람이 스토너의 삶을 짓밟습니다. 수동적인 스토너도 공부의 영역에서만큼은 확실한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네요. 학위를 줄 수 없는 워커를 인정하지 않는 고집스러움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되고 그의 삶은 소외됩니다.
그의 인생은 절망으로 가득해 보입니다.
그러나 그런 절망적인 삶에도 빛은 스며듭니다.
캐서린 드리스콜(제자)의 방문은 마흔 중반을 향해 가는 그에게 환희로 다가옵니다.(불륜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니요.)
중년이 된 그는 사랑이란 은총도 환상도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사랑이란 무언가 되어가는 행위, 순간순간 하루하루 의지와 지성과 마음으로 창조되고 수정되는 상태였다.
274p
그의 굳은 마음에 햇살처럼 다가온 이 여인의 사랑은 그저 잠시 반짝이는 감정이 아닙니다.
사랑이란 무언가 되어가는 행위라고 그는 말합니다.
꽃이 피어나듯이,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듯이, 따스한 온기로 그의 마음은 피어납니다.
좋지 않은 결과로 치달을 줄 알면서도 막을 수 없는 끌림이지요.
서로가 서로에게 집착이 아닌 배려가 있었기에 이 사랑은 아름답습니다.
그것이 '사랑'입니다...
마음이 시들어 떨어져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
존재의 작은 중심에서 자라난 무감각한 공간 속 어딘가에서 자기 인생의 일부가 끝나버렸음을. 자신의 일부가 거의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이라서 다가오는 죽음을 거의 차분한 태도로 지켜볼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헤아릴 수 없는 슬픔으로 바라보았다. 마치 죽은 시체 위에서 생명이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았다.
301p
마음이 시든 낙엽처럼 떨어져 나가다니요..
그러니까 결국은 우리도 세상의 일부인 거요. 그걸 알았어야 하는데.
303p
잠시 세상의 일부인 걸 잊고, 둘만의 세계에 존재하네요.
사랑이란 그런 것이지요. 다른 이들이 보이지 않는 그들만의 세상이 펼쳐지는..
그러나 깨닫게 되는 순간 함께 나눈 사랑은 이제 각자의 몫으로 간직해야만 합니다.
다시 꺼내게 되면 상처 자국을 더 깊게 새기게 될 테니까요..
아무런 말도 글도 남기지 않고 떠난 캐서린은 사랑을 지키고 완성할 줄 아는 여인입니다.
함께였던 시간은 함께 하지 못하는 시간을 견디게 해주겠지요.
사랑 이야기가 주내용은 아닙니다.
인생 이야기지요.
역자도 되묻고 있지만..
우린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