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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터 Aug 2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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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아들 셋, 장애아 부모

어느 날 업무상 미팅으로 외근을 나갔다. 처음 만난 40대 남자. 내 또래다. 업무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끝자락에 “저는 이제 집으로 출근해요”라는 이야기를 했다. 어린 자녀가 있다는 말에 그는 "워킹맘들 존경해요"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아이의 성별을 물었다 "아들이요" 그러면 으레 이어지는 말 "아이고, 힘드시겠다". 변수 없이 이어지는 말들로 마무리를 한다. 그러자 속으로 조금 더 놀래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저 아들이 셋이에요" 순간 그의 입이 떡 벌어졌다. 곧 놀람이 실소로 바뀐다. "하하하하" 서로 마주 보며 한참을 웃었다. 덧 붙임말은 하지 않았다 '그중 한 아이는 장애도 있어요'


가끔 나도 나 자신이 놀라울 때가 있다. 워킹맘, 삼 형제, 장애아 세 단어로 나의 인생의 하드코어 함을 표현할 수 있다니! 게다가 비혼주의자였던 내가 결혼 후 불과 4년 만에 이 단어의 조합이 완성시켰다니! 그리고 이걸 하루하루 해내며 살아가고 있다니! 이쯤 되면 나 자신에 대한 존경심이 생겨난다. 그러면 누군가 동정 어린 눈빛을 보내도 해탈의 경지에서 인생무상의 표정을 지을 수 있는 나 자신이 되어 있다.  


나는 어쩌면 열심히 살아가는 나의 모습에 취해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들 어떠한가. 이러한 마음 때문에 사실 난 그렇게 세상이 무너질 만큼 힘들지 않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다. 물론, 육체적으로 지치는 것은 맞다. 자주 아프다. 그러나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세 명이나 있으니 사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그 아이 셋을 키우는 것은 늘 크나큰 미션을 마주하는 하루하루의 연속이다. 그 일과 육아의 미션을 헤쳐나가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그중에 하나가 빠졌다면 난 이렇게 행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끔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두었다는 엄마들을 만난다. 그녀들의 사정은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하지만 난 되도록이면 엄마들이 일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잠을 못 자고 밥을 못 먹고 힘들어도 나의 다른 삶이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삶을 견뎌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망할 놈의 팀장도 아이들을 픽업하고 센터에 들여보내고 씻기고 먹이다 보면 머릿속에서 잊힌다. 또한 뒤에서 나의 아이에 대해 뒷말을 해대는 동네 엄마도 회사에서 산더미 같은 일에 쌓여있다 보면 시시껄렁한 동네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만다. 난 이렇게 스위치 전환을 하며 모두 그럭저럭 버틸만한 하루를 채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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