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지코지에 사는 친절한 주인들
섭지코지라는 지명은 왠지 특별하게 느껴지는 지명이다. 섭지코지는 제주 방언으로 '좁은 땅'이라는 뜻의 ‘섭지'와 곶이라는 뜻의 '코지'가 합쳐져서 만들어졌다.
섭지 : 좁은 땅.
곶: 바다로 돌출되어 나온 비교적 뾰족한 모양의 땅을 일컫는 말.
- visit jeju-
섭지코지는 성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유민미술관이 위치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유민 미술관을 가기 위해선 휘닉스 섭지코지 호텔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로비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물론 도보로도 가능하지만 도보 20분 거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셔틀버스를 타는 것이 좋다.
셔틀버스에서 첫 번째로 하차하는 곳은 글라스 하우스, 두 번째 하차하는 곳이 유민미술관이다.
셔틀버스에서 내려서 유민미술관을 관람하고, 다시 밖으로 나오면 정면으로 그림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다.
2023 녹음이 짙던 여름날에도 그림 같은 풍경이 마중 나와있었다.
저 멀리에는 섭지코지의 등대가 보였고 바로 눈앞에는 말들이 유유히 걸어 다니고 있었다.
눈앞의 푸른 들판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탄성이 흘러나왔고 끌리듯 다가가 주변을 둘러봤다.
말들은 옆으로 다가가서 걸어 다녀도, 가까이 다가가서 사진을 찍어도 괘념치 않았다.
큰 소리 내지 않고 조심히만 대해주면, 경계하지 않고 자유롭게 풀을 뜯거나 뛰기도 하면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오히려 말이 흥분을 할까 봐 걱정이 됐던 쪽은 나였다. 하지만 내 걱정과는 달리 그곳의 주인들은 외지인들에게 친절하게 공간을 공유해 주었다.
로버트 드니로, 앤 해서웨이가 주연이었던 영화 '인턴'에서 주인공 벤(로버트 드니로)의 대사 중에 '손수건은 나를 위해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남에게 빌려주기 위한 것이에요'라는 대사가 있다.
어쩜 섭지코지의 주인들은 나에게 잠깐동안 그들의 공간을 빌려준 것은 아니었을까?!
방향을 조금 바꿔 글라스 하우스(안도 타다오 건축물) 방향으로 오분정도 걸어 내려가니 섭지코지 해안로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다를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역시 제주바다는 두말할 팔요가 없다.
제주의 모든 해변을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해변마다 같은 바다빛을 띠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더 매력 있는 여 행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 날은 언젠가 이곳의 친절한 주인들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함덕해변으로 이동했던 날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