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글몽글한 순간 모음집

by 겨울빛


증폭되는 작은 행복의 입자들


누군가에게 감정이 어떤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아마 우리의 머리속에는 굉장히 강렬하고 또렷한 감정들이 떠오를 것이다.

마치 디즈니의 인사이드 아웃에 나오는 감정들처럼 또렷하게 구분되는 감정처럼, 아주 즐겁거나, 또렷하게 슬프거나, 끓어오르게 화가나는 그런 감정들. 그래야 설명하기가 편하니까.


하지만 그렇게 또렷한 감정들만 삶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감정은 마음 속에 누군가 천천히 비눗방울을 부는 것처럼 잔잔하게 기쁘다.

아주 빠른 배속으로 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는 것처럼, 마음에서 말랑말랑한 샘이 퐁퐁 솟는 행복감이 있다.


이런 행복감은 짜릿하고 강렬하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락 음악을 콘서트나 클럽에 가서 듣거나,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드라이브할 때의 쾌감과는 다르다.

또 왠지 모르게 오늘따라 신호가 잘 걸려서 멈추지 않고 신호등을 두개나 지나갔다거나,

점심 내기에서 이겨서 오늘은 내가 원하는 메뉴로 먹게 되었다거나,

짝사랑 하던 사람에게 고백했는데 상대도 똑같은 마음인 걸 알게 되었다거나,

이런 강렬한 행복감과는 다르다.


또 내가 이뤄냈다는 성취감과도 다르다.

‘열심히’가 들어가면 탈락이다.

뭔가 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목표를 이뤄냈을 때의 마음이 부풀어오르는 성취감과 다르다. 목표가 있으면 안된다.

그냥 문득 살다가 보면 마주치는 이 행복감은 내가 인위적으로 상황을 만들어냈을 때는 어쩐지 느껴지지 않았다.


어쩐지 미지근한 이 행복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랬더니 가장 근접한 건 순두부탕이 떠올랐다. 마트에서 파는 길쭉한 순두부가 아닌 진짜 순두부집에 가면, 아주 몽글몽글하고 폭신폭신하게 끓는 하얀 순두부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아주 작은, 이 몽글몽글한 순간에 대해서 기록해보기로 했다. 강렬하고 짜릿하진 않지만 이 몽글몽글함은 아주 작은 입자에서 시작해서 몽글몽글하게 피어올라 이내 경직된 나도 폭신폭신하게 만들어버린다.


함께 몽글몽글해져보자는 취지에서 글을 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