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학생인데요.
근데 또 한 번 깜빡하니 그 서른넷도 지나가고 있었다.
삼십대면 무엇이든 잘 해낼 줄 알았던 어렸던 나에게
지금은 뭐라고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졸업 후 바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일념하에 문예창작과에 들어갔다.
그리고나서는 더 배우고 싶다는 욕망에 박사과정을 들어갔다.
직업란에 '학생'이라고 쓰는 생활이
스무몇해나 지속되었다.
친구들이 하나씩 대리를 달고 직급을 높여가는 동안
나는 학생을 벗어나지 못했다.
겨우, 박사과정을 마쳤을 때도, 나는 그저 박사수료생일 뿐이었다.
앞뒤없이 대학원을 진학하는 게 아니었다.
학력이 높아질수록 나이가 많아질수록 선택권은 좁아졌다.
원래 하던 영상일들을 계속 했다면,
어느정도 돈을 버는 사회인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돈.
언제나 그것이 문제였다.
학교라는 안전한 틀에서 많이 벗어난 적 없는 삶이었다.
부모님이 지원해주신 것도 있었고, 근근히 촬영 알바로 생계에 보탰다.
그렇지만 역시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는 게 일상이었다.
대신 전일제 학생을 하는 대신 연구비지원으로 박사를 전액장학금으로 받았다.
석사때에도 대학교땐 못 받던 장학금을 종종 받았다.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고, 바닥에서 시작한 것 치곤 괜찮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세상은 녹록하지 않았다.
'전보다 나아진 나'라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잘하는 작가가 필요했다.
나는 계속 탈락했고, 자신없는 곳엔 발도 디디지 않았다.
그렇게 서른두살이 되었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아니, 배우기만 할 줄 아는 학생으로서
십대, 이십대, 삼십대를 맞았다.
왠지 관성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대로 사십대에도 나는 여전히 이대로일까.
이십대와 삼십대가 다르지 않았던 걸 보니 이대로면 사십대도 다를 바 없었다.
학교 밖을 벗어난 적인 거의 없는 내가 뭘 하겠나,
시간 강사에 지원했고, 기적적으로 나는 두 학교에서 강의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