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답정킴 Sep 15. 2021

간헐적 직장인

주 2회 근무제

보통 강의를 하면 강의가 있는 날에만 학교를 가게 된다.

나는 화요일과 목요일에 수업이 있기 때문에

일주일에 화,목에만 직장에 나간다.


일하는 곳이긴 하지만,

직장이라고 하기엔 어색한 감이 있다.

남들이 말하는 오피스와도 다르고,

일의 형태도 많이 다르다.

공식적으로 선배나 사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주로 내 일은 나 혼자 처리한다.

그래도 일하는 곳이니까 직장이 아닐까.


그래서 일주일에 두 번은 직장인이 된다.

그조차도 일년에 4-5개월은 쉬는 아주아주 간헐적 직장인.







프리랜서와 비슷 달라요


간헐적 직장인의 장점은 프리랜서와 비슷하다.

남들의 워크 사이클에 따라가지 않아도 되는 것,

아주 자율적인 시간분배와 일분배가 가능하다는 것,

내가 쉬고 싶은 날엔 쉴 수 있다는 것 (아마...),

평일 낮에 맛집에 줄 서지 않고 갈 수 있다는 것 정도일까. 


그렇지만 간헐적 직장인에는 하나의 장점이 더 있다.

바로 규칙적으로 보장된 일과 월급이다.

물론 나같은 경우 간헐적 직장인으로서의 월급은 크지 않다.

그래도 방학보다 학기중이 마음이 편한 것은

돈이 정기적으로 들어올 데가 있다는 것이다.


간헐적 직장인이 아닌 기간에는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데,

그 때는 정해진 일도, 꼬박꼬박 들어올거라고 예상되는 돈도 없다.

조금 더 세심하게 돈을 계획해서 써야하고,

어디에서 일이 들어오지 않을까하고 안테나를 세워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밸런스 게임이 유행이다.

얼마전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연봉 4000에 2달 휴가 vs 연봉 7000에 2주 휴가





당연히 나는 전자를 택했다.


모두에겐 일을 택할 때 우선순위가 있다.

안정적인가, 돈을 많이 버는가, 내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가,

자유로운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가... 등

일을 택하는 많은 이유가 있다.


나에겐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자유도 높게 할 수 있는가가

가장 우선이다.


그렇지만....

사실, 지금은 우리가 우선순위를 따져 직업을 택하긴 어려운 시기다.

요즘은 무엇보다 나를 고용해주는가가 가장 우선순위가 되었다.

내가 택하는 게 아니라, 여러 옵션 중에 누가 나를 택해주는가가 중요하다.


실력도 있고, 운도 있다.

프리랜서이자 간헐적 직장인인 나는 언제나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린다.

내가 꾸준히 해내다보면, 두드리다보면,

누군가 선택해주고, 내가 해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믿으면서.


학생을 벗어나 간헐적 직장인이 된지 2년이 되어간다.

내가 원하는 시기에 아무 때나 여행을 떠날 수 있던 자유와 멀어졌지만,

직접 돈을 벌지 못한다는 자괴감에서는 조금 벗어났다.

내가 가장 잘한다는 자신감보다는

잘 할 수 있다는 경험들이 쌓였다. 


서른 넷의 나는

스무살 언저리에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어른이진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성장하는 멋진 사회인이다.

(그 멋짐이 사회적으로 가치를 두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전 07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백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