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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답정킴 Sep 13. 2021

아무것도 하기 싫은 백수

방학은 완전한 백수로 지내요.

    

방학 기간에는 완전한 백수로 지낸다.

방학이 있어서 좋겠다고들 하지만,

일이 없다는 것은 벌어들이는 돈도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 종종 촬영장 알바를 하거나

글을 쓰는 걸로 시간을 보내는데,

어떤 시점이 오면 뭐든지 하기가 싫어진다. (지금처럼)


하지만, 백수들은 항상 마음 속에 죄책감을 하나씩 품고 있다.

지금 이렇게 놀면, 자면, 쉬면 안 되는데, 하는 죄책감.


나도 마찬가지였다.

직장이 탄탄한 친구가 주말에 쉬는 것과

내가 주말에 쉬는 것은 애초에 비교대상이 안 됐다.

직장인 친구들과 만나면서도 초조했다.

내가 이렇게 놀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집에 와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나아지는 건 없었다.

그럴수록 하고 싶지 않은 것들만 늘어나고,

종국에는 글도, 그림도,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된다.







억지로 무엇을 꾸역꾸역 해내던 시기에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다 놓고 있는 시기가 계속 반복되었다.


하기 싫을 때는 다른 뭐라도 해야한다는 말도

귓등에서 튕겨져 나갔다.

도무지 하고 싶은 게 없었다. 


그렇게 또 개강이 다가오면 두려워졌다.

또 개강때문에 해야할 것들을 못하겠지,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아무것도 즐길 수 없었다.


방학도, 학기도 아무 것도 행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운동을 하고, 맛있는 걸 먹었다.

어떻게든 내가 좋아할만한 일들을 내게 해주었다.

그렇다고 해서 기분이 막 좋아지거나

일이 잘 풀리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니 덜 스트레스 받았다.


내가 비록 백수이긴 하지만,

나에겐 내가 보듬어 줄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









백수가 끝이 나고, 단기간 노동자로 돌아왔다.

매번 하기 싫다고 울면서 일한다.

가끔 친구들은 말한다.

교수님이 이렇게 하기 싫어하는 거 알까?

교수님이 이렇게 방학하고 싶어하는 거 알까?


왜 나는 이 모든 것들이 싫은 걸까 생각하다보니

한 가지 생각에 머물렀다.

잘 하고 싶은 것들은 항상 하기 싫어진다.

잘 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에게도 학생들에게도 잘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야기한다.

그냥 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 이런 뜻인가 싶다.

그냥 관성처럼이라도 하는 것.

내가 글을 개똥처럼 쓰더라도 어쨌든 써내는 게 중요하듯이

하기 싫으면 대충 될대로 되어라는 식으로라도 해내면 된다.


그러면 생각보다는 괜찮고,

그걸 다음에 보면, 조금 더 해내기가 쉽고,

그러고나면 좀 더 잘할 수 있어진다.






그러나 여전히 하기 싫다.

백수로 사는 것도 지긋지긋한데,

억지로 하는 일들도 지긋지긋하다.


사람은 어쨌든 크게 변하진 않는다.

여전한 나같은 백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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