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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답정킴 Sep 21. 2021

오늘도 불로소득은 반려되었습니다.

내 꿈은 불로소득자.

나이가 서른을 한참 넘었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꿈이 있다.

바로, 불로소득자다.


작가라는 직업의 특성상 꾸준하게 평균적인 돈을 벌기 어렵고,

글을 써서 산다고 해도 크게 성공하지 않으면

매일 밥을 빌어먹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실제로 나는 제대로 글로 돈을 벌지 못하고,

부모님께 기생하여 밥을 빌어먹고 있다.


이제 삼십대라서

이십대처럼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많지 않다.

내가 보낸 이십대가 이렇게 볼품없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무언가 도전하려면 새로 배워야 했고,

배우려면 또 시간이 필요했다.




요즘 뜨는 직종에 도전해보자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고,

불로소득의 길로 가기 위해선

작가보다 더 가능성이 있는 직종을 택해보기로 했다.


먼저, 유튜버를 생각했다.

요즘 직장인들의 워너비 직업 1위,

퇴사하고픈 맘을 부추기는 직업 1위.

바로 유튜버.


유튜버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영상으로 남기고, 큰 돈을 번다.


나는 영상을 전공했으니까,

편집을 할 줄 아니까,

유튜버를 하면 좋지 않을까.

그렇게 쉬운 맘으로 유튜버를 택했다.


먼저, 유튜브 컨텐츠를 고민해보았다.

나는 글을 전공했으니, 책튜버?

책을 읽어주고 감상을 나누는 그런 유튜버.

하지만 책도 재미 없는데, 책을 리뷰하는 방송을 볼까?


아니면 철권게임 유튜버를 해볼까.

하지만 밑천이 금방 드러나겠지?

뭐, 이런 저런 가벼운 생각들만 하다가

결국 실행하지 못하고 유튜버의 꿈은 버려졌다.




다음 직업은 이모티콘 작가


이번에는 요즘 떠오르는 연금이라는 이모티콘에 도전해볼 생각을 했다.

한달에 1억 2천을 번다고?

그럼 내가 빠질 수 없지.


나는 이모티콘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서비스부터 결제했고,

이모티콘 만들기 온라인 클래스를 등록하였다.

이정도의 투자로 한달에 1억 2천이면 할만하지.

생각했다.


그림은 잘 못그리지만,

못 그린 그림들도 매력이 있으면 이모티콘으로 나왔다.

내가 쓰는 이모티콘도 우스꽝스러운 게 많았다.

그런 건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맘먹은 것처럼 쉽지 않았다.

아이패드에 프로그램을 깔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은 내 맘대로 그려지지 않았고,

재미도 없었고, 감동도 없었다.



내가 도전했던 이모티콘.... 귀여운데 왜....





반려의 시작


그래도 꾸준히 이모티콘을 그렸다.

한 번에 32개 세트를 그려야하는데

어떻게든 꾸역꾸역 갯수를 채웠다.

그래서 1월에 두 세트 9월에 두 세트를 제출했다.

총 128개를 그렸다.


결과는

"반려되었습니다"


하나도 빠짐없이 반려되었다.





또 반려


그럼 어쩔 수 없이 원래 하던 일로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빠른 포기와 빠른 실행력이 나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하며 다음 스텝으로 옮겼다.


이번에는 소논문이었다.

소논문 자체로는 돈을 벌 수 없겠지만,

소논문 --> 학위논문 --> 학위 --> 좋은 직업

이라는 정석 루트를 공략해보기로 했다.


아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스쳤다.

이 아이디어로 아무도 연구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것에 꽂혀서 연구를 시작했다.

이 연구를 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꽂혔으니 했다.


학회지에 연회비를 내고, 가입비를 내고, 심사비를 냈다.

총 12만원 가량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 미완이지만 그래도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내 소중한 논문을 제출했다.

조금 덜 자란 애기지만, 수정 후 통과정도는 받지 않을까 했다.


잠깐 얘기하자면,

소논문은 학위논문보다 작은 단위의 논문이라고 보면 된다.

소논문은 나의 연구실적으로 들어간다.

나같은 경우는 학교에서 전액장학금 받는 대신에 소논문을 내야 했는데,

그것을 내지 못하면 받은 장학금을 다 토해내야 했다.


소논문을 학회지에 제출하면 편집위원과 심사위원들이 평가를 한다.

평가 결과는 "통과", "수정 후 통과", "반려"로 이루어진다.

통과의 경우 바로 실을 수 있으며, 수정 후 통과는 조금의 수정을 거친 후에 통과가 된다는 말이다.

반려는 실을 수 없다는 거절이다.


나는 그 중에서 "반려"를 받았다.






반려 이후의 삶



소논문은 세명의 심사위원의 의견으로 결정되는 데,

나는 "수정 후 통과" 2표에, "반려"가 1표였다.

그래도 3:0의 패가 아님에 위로를 받으며, 반려된 논문을 다시 품었다.


반려를 받은 이후,

나의 불로소득의 꿈은 좌절되는 듯 했다.


그래도 도전을 했던 시도들은 남았다.

유튜버의 꿈은 포기했지만,

매주 울며불며 강의 콘텐츠를 제작한다.


그리고 ㅋㅋㅇ에서 떨어진 이모티콘은

수정 후 ㄴㅇㅂ에 다시 제줄해서 판매가 되었다.


그리고 논문은 ....

생략하도록 하자.


첫 이모티콘 판매 경험을 축하해주는 ㄴㅇㅂ



삼십대이지만, 도전할 영역이 많았다.


유튜브와 이모티콘 사이에서 느낀 것은

내가 삼십대지만, 도전할 영역은 아직 많았다는 것이다.

나는 또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대로 코딩을 배워볼까 하는 바람이 들었다.

지금은 콧김만 뿜으며 드릉드릉하는 수준이지만,

학원을 다니고, 코딩을 배우기 시작하면 또 무언가는 해낼 것이다.


일단, 도전하는 게 중요했다.

이모티콘 연금도, 학위달성도 다 실패했지만,

머리로만 구상하던 유튜버보단

그래도 시도했던 이모티콘은 뭐라도 남았다.

아이패드에서 그림 프로그램 사용법이라든가,

그림그리는 실력이 조금 나아졌다든가.





그래도 성공한 것


그래도 올해에 반려되지 않고 성공한 것은 있다.

바로 웹드라마다.

처음 도전하는 장르여서 잘 할 수 있을까 불안해서

일을 고사할까 고민했지만, 언제나처럼 도전해보기로 했다.

다행히 좋은 크루들을 만나 잘 끝낼 수 있었다.


그래서 결국 새로운 타이틀을 한 줄 얻었다.

웹드라마 작가.

그렇게 작은 성공을 해보니 또 도전하고 싶어진다.

수많은 반려들 위에 쌓이는 게 성공이 아닌가 싶다.

또 난 반려들 속에 있겠지만, 작은 성공에도 기뻐하겠지.




웹드라마가 궁금하신 분은 여기로

"첫번째 열일곱"

https://youtu.be/7TsJyZkGup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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