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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Aug 11. 2024

내 휴가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 엄마의 입원


 이제 괜찮으려나 하는 순간, 엄마는 응급실로 가서 입원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자주 일어나는 일이지만 적응은 되지 않는다. 


 지난 화요일 아침에 전화가 왔었다. 

 ”내가 자꾸 토하는데 이래 가지고는 안 되겠다. 병원 좀 가자. “


 일이 많아서 수요일까지는 시간 내기가 힘들 것 같아서 목요일 가자는 약속을 했다. 


그날 오후, 미팅하러 가는 길에 요양보호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병원인데 보호자가 와야 된다는 말이었다. 또 아버지는 응급차를 타지 않은 모양이었다. 일을 마치고 바로 가겠다고 했다. 미팅을 하고 있는데 내 마음은 조급해졌다. 서둘러 마무리하고 병원에 갔더니 MRI를 찍어야 한다고 했다.


 결과는 뇌경색. 어지러워서 넘어지고 자꾸 토하게 된 원인이 뇌경색 때문이었다. 입원을 하라고 했다. 통합간병인실을 신청하니 자리가 없단다. 


 입원을 하면 오늘 저녁과 내일 엄마 옆에 있어야 하는데……. 

 내일 오후에 중요한 약속이 있는데……, 그건 어쩌지. 


 머리가 아프고 복잡해졌다. 


단톡방에 엄마의 상황을 알리고 병실에 같이 있을 수 있는 사람을 물으니 다 안된단다. 막내는 멀리 있어서, 여동생은 일 때문에, 남동생은 이미 여름휴가를 사용해서. 다 할 말은 있었다. 순간 짜증이 났다. 누구는 가능해서 여기에 있나. 


바로 간병인을 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통합간병인실에 자리가 생기면 하루만 있다가 갈 수도 있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그들은 길게 있기를 원했다. 또 그들은 이것저것 요구사항이 많았다. 그들이 요구하는 조건을 다 맞춰주는 건 생각보다 피곤했다. 


고민하다가 다음 날 약속을 미루고, 연가를 쓰기로 했다. 사무실에 전화해서 급한 상황을 말하고 연가를 신청했다. 이렇게 내 휴가는 날아갔다. 


 병원에서 자는 건 어찌 되었든 피곤한 일이다. 엄마는 내가 곁에 있으니 미안한 모양이었다. 그냥 집에 가란다. 그럴 수 있다면 벌써 갔지. 집에 가는 건 엄마의 의지와는 상관없는걸 엄마는 모른다.


 새벽 4시에 엄마의 돌출 행동으로 링거가 빠지면서 침상이 엉망이 되어 갈아야 했다. 

 입맛이 없다는 엄마를 달래 가며 죽을 조금이라도 더 먹게 유도했다. 죽은 몇 숟갈 먹지 않았지만 국과 샐러드를 다 먹었다. 이게 어딘가. 차갑고 시원한 물이 아니면 맛이 없다며 짜증이다. 

”엄마 물은 차가운 것보다 미지근한 게 몸에 좋데. “

”아휴 몰라. 내는 시원한 게 좋다고. 이건 맛도 없다. “


 혹시 하는 마음에 간호사실에 자리가 생기면 알려달라고 또 부탁을 했다. 필요한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하니까.   

 다행히 자리가 비어 오후 3시에 통합 간병인실로 이동했다. 병원에서 요구하는 물건들을 준비하여 주고 나는 집으로 왔다.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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