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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Nov 16. 2021

그때, 했어야 했다.

후회가 아직도 나를 잡고 있네.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후회되는 일들이 있다. 그중에서 유독 아쉬움이 남는 일들이 있다. 


 그때…  그냥 할걸. 왜 못했지? 


 그때 했어야 했던 일들 중에 자꾸 생각나게 하는 일이 있다.  


 첫 번째는 대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그때 한참 배낭여행 바람이 불었다. 여대생이 달랑 배낭 하나만 메고 해외여행을 떠난 책들이 나를 흔들었다. 몇 사람의 여행기를 읽으며 나도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냥 떠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나는 철이 없었다. 정작 여행이 가고 싶으면 경비를 마련하는 등 준비를 해야 했는데 무턱대고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나 배낭여행 가고 싶은데 좀 보내주세요.”

 “배낭여행? 어디로?”

 “해외로 가고 싶어요.”

 아빠는 한참 생각하시더니,

 “여자 혼자서 해외로 가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 위험해 보이는데….”

 나는 여행 책자와 여행기를 보여 드리며 위험하지 않다고 설득을 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사실 나도 조금 두렵기는 했다. 그러나 너무도 떠나고 싶었다. 그녀의 책에서처럼 자유와 새로움과 낯섦을 느껴보고 싶었다. 나는 떠나지 못하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배낭여행에 대한 책을 더 사서 읽었다. 책이 내 욕구를 다 채워주지는 못했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고 있을 때였다. 학생 때부터 ‘굿모닝 팝스’를 매일 듣고 있었는데 마침 ‘미국대륙 횡단기’에 함께 떠날 사람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떴다. 한 달가량 소요되는 여행이었다. ‘굿모닝 팝스’에서 지원을 해서 여행경비는 예상보다 저렴했다. 내 심장은 또다시 뛰기 시작했다. 이 여행을 떠나려면 두 가지가 문제였다. 하나는 조금 부족한 경비와 한 달이라는 여행으로 인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간을 내어 아빠와 의논을 했다. 아빠는 일이 아닌 여행을 목적으로 한 달을 가는 것은 그렇지 않냐는 반응이었다. 나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그때 다니던 직장은 좀 괜찮은 곳이었고 1년이 조금 못 된 시점이라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건 고민해 봐야 할 문제였다. 

 그렇게 두 번째 여행도 무산되었다. 그러나 너무도 가고 싶었기에 안타까웠다. 


 그때 내가 갔더라면 어땠을까?


 하지 않았기에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때 떠나지 못한 게 아빠 때문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내 문제였다. 내 용기가 모자랐고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다. 진정 간절하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가고 싶은 마음이 두려움을 앞질렀다면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갔을 것이다. 

 학교에 다닐 때는 어쩔 수 없었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려고 했던 나의 철없던 행동을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도 독립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후회되는 일을 남기지 않는 것은 쉬운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온전히 홀로 독립을 하는 것 역시 힘든 일이다. 그러나 해야 한다. 홀로 서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고 후회되는 일을 남기지 않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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