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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의 몸짓

- 몸으로 말해요.

by 정상이
d3eeca8fd676ac6d8eb040123b2c0e95.jpg 비슷한 이미지를 인터넷에서 가져옴.


나와 막내는 일곱 살 차이가 난다.

어릴 때 동생을 업고 다녔는데, 다 성장하여 어른이 되니 일곱 살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그저 우리는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부모의 모습을 하고 있다.


어제저녁, 오랜만에 함께 밥을 먹으며 한 잔 했다.

막내는 대식구이다. 애가 다섯이니 한 테이블로는 부족하다. 어제는 세 명의 조카와 둘이 왔었다.

밖에서 만나 긴 이야기를 하긴 오랜만이라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어린 시절, 시골에 살 때 여름이면 개울가에서 물놀이를 자주 했다.

엄마는 그런 나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이 땡볕에 개울까지 가려면 힘들다. 그냥 그늘에서 놀아라.”

“알았어.”

“옆에서 꼬시다고 넘어가지 말고.”

“알았다고.”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동네 친구나 언니들이 물놀이를 가는데 나만 안 갈 수는 없었다.

당연히 가야 했다.

문제는 어린 동생이었다. 어린 동생을 업고 개울가까지 가는 건 수월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집에 두고 갈 수는 없었기에 힘들지만 걸리기도 하고, 업기도 하여 개울가에 도착했다.


동생을 얕은 물에 앉히고, 함께 놀기도 하고, 옆집 언니에게 잠시 봐 달라고 해 가며 물놀이를 했다.


신나게 놀 때는 좋았는데, 집에 갈 시간이 되니 걱정이 되었다.

물론 집까지 다시 동생을 업고 가는 것도 힘들지만 엄마한테 물놀이 한 걸 말하지 못하게 하는 게 더 급했다. 나는 동생을 보며 약간의 윽박과 함께 약속을 강요했다.

“오늘 물에 논 거, 엄마한테 말하면 절대 안 된다. 절대.”

“응.”

“이번에 또 엄마한테 말하면 ……안 데리고 다닐 거다. 알았재?”

동생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동생의 다짐을 믿으며 집에 갔다.


저녁을 먹고 마루에 쉬면서 엄마는 동생에게 말했다.

“우리 막둥이, 오늘 뭐 하고 놀았어?”

“…….”

“왜 말이 없어? 오늘 누나랑 뭐했어?”


그러자 동생은 나를 한 번 보고, 엄마를 한 번 보더니, 어떤 동작을 하기 시작했다.

어푸어푸 하면서 물놀이하는 장면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말은 하지 않았다.

엄마랑 할머니는 그 모습을 보고 푸하하 하고 웃었다.

그런 동생을 보니, 자신은 말하지 않았다며 뿌듯한 표정으로 나를 봤다.

이미 몸으로 말하고 있으면서…….


“내가 니를 개울가에 가지 말라고 하는 건, 니가 힘들고, 또 혹시 사고가 날까 봐서다. 그 땡볕에 동생 업고 가는 게 쉽나.”


그런 동생이 이제 애 다섯을 둔 아버지가 되었다.

작은 올케가 외동이기에 둘은 아이를 많이 낳고 싶어 했고 다섯을 낳았다.

조카들은 다 순하고 야무지다.

한창 어릴 때는 너무도 많아 보였는데 이제는 꼭 그렇지도 않다.

아이들과 건강하게 잘 지내는 동생과 작은 올케를 보면 고마운 마음이 든다.

엄마집에서 올케가 몸조리할 때 꼬물꼬물 했던 애들을 생각하면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을 한다.


애들은 자라고 우리는 늙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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