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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가을 아침

by 정상이
비사진.jpg 인터넷에서 가져 옴.

이제는 가을이라고 해도 되겠지.

기온이 내려가 쌀쌀함이 느껴지고, 여기저기 잎사귀가 바람에 날려 길에 떨어지고 있고, 강변에 풀들이 무성히 자라서 베어지고 있으니까.


여름이 가지 않을 것처럼 하더니 그렇게 가고 있고, 가을이라고 느끼려고 하는 순간, 찬 바람이 들이닥치겠지. 겨울이라고 말하기 전에 가을을 흠씬 느끼고 싶다.

나는 가을을 좋아하니까.

가을의 쌀쌀함이 좋고, 공기 중에 떠 다니는 쓸쓸함이 좋고, 혼자인 듯 내버려지는 처연한 느낌이 좋다. 간들간들 바람에 꽃을 피우는 코스모스의 나약함도 좋다.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덜어지는 빗소리가 나를 깨운다. 나는 빗소리가 좋다. 촉촉해지는 기분이고, 마음이 가라앉아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해 준다.


남편도 두 아들도 아직 잠에 빠져 있다. 나의 패턴은 어느새 일정해지고 있다. 저녁 9시 전후로 잠이 들고, 아침 7시가 못 되어 일어난다. 쉬는 날이나 일하는 날이나 상관없이 그렇게 변했다. 출근을 해야 할 때는 준비를 하고, 오늘처럼 쉬는 날에는 나만의 시간으로 몰입한다.


엄마를 보내고 일주일이 넘어가고 있다. 아직 엄마가 없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를 찾는 전화가 올 것만 같다.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할 것만 같다. 내 전화기가 조용한 게 이상하다.


이 단계가 지나고 나면 나는 어떤 기분이 들까.

선산에 한 그루 나무로 서 있는 엄마.

엄마가 떠나고 비가 잦다.

냇가에 무덤을 만든 청개구리처럼 잦은 비로 인해 나무는 괜찮을지 걱정이 된다.

엄마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는 평상시 엄마에게 못 해 드린 게 많은 모양이다.


추석이 되어도 이제 뭔가를 준비하거나, 사야 하는 부담이 없어서 좋다.

차례를 지내지 않으니까 마음이 홀가분하다.

형님 식구들과 편하게 점심이나 저녁을 먹고 아버지와 동생들을 보면 된다.


추석 다음날 남편과 함께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애들은 두리뭉실한 우리 계획에 동참하지 않겠단다. 1박 2일이 될 수도 있고 2박 3일이 될 수도 있다.

가을을 느끼는 여행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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