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오고, 단풍은 눈에 아린다.

- 가을아, 정령 가야 하니!

by 정상이

20241117_142434.jpg 작년 11월에 찍은 나무. 색깔이 딱 내 스타일이다.



오지 않을 것 같던 12월, 한 해의 마지막 달이 되었다.


12라는 숫자가 보이고, 더 이상 넘길 달력이 없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있다.

방송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제 더 이상 가을을 붙잡고 있을 수가 없다.

안타깝지만 겨울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붉게 물든 단풍과 노란색을 발하고 있는 은행잎에 자꾸 눈이 간다.

바람에 떨어진 은행잎이 발에 밝혀 안타깝다.


나는 가을을 온전히 즐기기는 했는가.

그러지 못했다.


가을이 온 것은 알았지만 맑은 날씨를, 맑은 하늘을, 진하게 물드는 단풍을 내 눈에, 내 마음에 담지 못했다.


어 그기 있네.


그러고 넘어갔다.


여름의 끝자락에 엄마가 돌아가셨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 49재를 했다.

49재를 하러 가는 길에 보인 산새는 이미 가을을 물들이고 있었지만 내 눈에는 그저 그랬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이제 아버지 홀로 남으셨다.

3년 동안 병원을 오가느라 나도 모르게 많이 지쳤던가.

아버지는 혼자 잘하실 거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전화 한 통 드리지 않았다.

물론 나 대신 살가운 동생들이 했을 것이다.

이럴 때는 혼자가 아니라서 참 좋다.

누군가에게 미룰 수 있으니까.


겨울이 되면 여동생을 기점으로 생일이 시작된다. 엄마와 남동생, 그리고 나, 막내 동생.

거의 모두 겨울에 태어났다.

생일 축하를 하며 함께 밥을 먹다 보면 새로운 한 해가 와 있곤 했다.


12월의 시작에서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본다.

열심히 산다고 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아직 다 가지 않았기에 미련을 가져 봐도 될까.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내 부족한 능력을 과대평가했다.


세월은 가고, 나이는 먹고, 결과는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게 살아있는 증거니까.

남은 올해를 잘 보내고 싶다.

물론 내년은 더 멋지게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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