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강한 첫 향과 붕붕거린 오토바이

- 타이완 여행 마무리

by 정상이
20251120_085434.jpg 국립고궁박물원


숙소에서 택시를 타고 국립고궁박물원에 갔다. 20분 정도 되는 거리였는데 택시가 우리나라에서 타는 것과는 달리 조금 비좁았다. 타이완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 바로 이곳 국립고궁박물원이다. 아침이라 그런지 조금 한산했다. 입구에서 가족사진을 찍으려고 주변을 보니 어떤 여학생이 보였다. 사진을 부탁해서 찍었다. 어디에서 왔는지 물으니 일본에서 왔고, 혼자 여행 중이라고 했다. 캐리어를 들고 있었다. 우리는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입구로 들어갔다.

처음 계획은 이 주변에서 아침을 대충 먹을 생각이었는데 문을 연 가게가 없었다. 1층에 있는 카페에서 토스트를 간단하게 먹었다. 가격은 저렴하지 않았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 총 3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1층부터 차분하게 둘러봤다. 명나라와 청나라 시대의 유물들이 많았다. 도자기, 책, 생활용품,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내 예상과 달리 흥미롭진 않았다. 박물원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일본 학생들이 보여서 몇 학년인지 물으니 고등학생들이며 수학여행을 왔다고 했다. "한국 좋아해요."라고 말해서 함께 웃었다. 그녀들은 귀여웠다.

다시 택시를 타고 예술촌으로 갔다. 아주 한쪽에 있었는데 아주 오래된 건물과 얼기설기 엮어진 길목이 인상적이었다. 왠지 이곳에서 영화 촬영을 하면 뭔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는 걸어서 가까이 있는 음식점으로 가면서 우리나라 음식을 먹기로 했다. '기사식당'이라는 간판을 걸고 있는 곳에서 국밥과 불고기를 먹었다. 김치와 기본 반찬을 주는데 딱 우리나라식이 었다. 느끼한 향이나 이상한 점이 하나도 없는 완벽한 우리 맛이었다. 대만대학교 맞은편이라 식당들은 아주 많았다.

대만도 일본 식민지 지배를 받았다. 50년 동안. 그러나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 대한 반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대만 곳곳에 일본식 건물들이 있었고 편의점은 거의 대부분 세븐이었고, 일본인이 살았던 곳을 오픈하여 관광지로 이용하고 있었다.

타이베이 시립 미술관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갈지 말지 고민이었다. 박물원이 내 기대감에서 벗어나서 더 그러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물으니 가자고 해서 걸어서 갔다. 의외로 재미있었다. 조각과 사진전이 기괴하고 놀라움을 자아낼 만한 것들이 많았다. 남편은 직접 만져 보려고 하다가 직원의 제재를 받았다.

남편이 원하는 저녁은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술을 한 잔 거하게 하는 식이었는데 대만에서의 식당에는 그런 풍경을 보기 어려웠다. 꽤 어려 곳을 둘러봤지만 보이지 않아 결국 편의점에서 술과 안주거리를 사 와서 숙소에서 먹었다.


3일째에는 차를 렌트해서 이동하기로 했다. 렌트비는 그리 비싸지 않았다. 이동도 수월하게 했다. 그러나 차를 반납할 때 알았다. 톨게이트비가 비싸고 우리가 사용한 기름만큼 지불하는 게 아니라 기존에 한 칸 정도 있었던 그 기름값과 우리가 넣은 기름까지 다 포함된다는 것을. 결국 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이 나갔다. 렌트할 때 직원이 제대로 설명을 해 주지 않았고, 나 역시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은 잘못이었다.


대만은 오토바이들이 엄청 많았다. 주차구역도 있었고, 차의 오른쪽 한편에는 오토바이 구역이 정해져 있었다. 우회전에는 신호를 지켜야 하고, 좌회전에는 신호등이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었다. 오토바이들이 다녀야 하니 방지턱이 없었다. 길거리엔 온통 오토바이 소리로 귀가 먹먹했다.


갈 때와는 달리 돌아올 때는 타이완 공항에 그렇게 일찍 갈 필요가 없었다. 출발하기 1시간 전에 체크를 하기 시작했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 면세점에서 각자 사려고 했었던 물품을 구매했다. 술과 지인들에게 줄 담배였다. 작은 기념품도 샀다. 아기자기 한 기념품은 뒤늦게 보여서 제대로 고르긴 쉽지 않았다.


김해공항에 도착하여 다시 집으로 오니 12시를 훌쩍 넘겼다. 감자탕집에 들어가서 배를 채웠다.


처음으로 한 외국 가족여행. 운전을 도맡아 한 큰 아들,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 작은 아들, 술을 찾아 헤맨 남편. 우리가 아이들을 데리고 간 게 아니라 우리가 아이들의 안내를 받은 셈이다. 두 놈의 성장에 흐뭇하기도 하고 오랜만의 함께라 의미 있었다.


우리는 많이 걸었고 많은 걸 봤다. 대만 하면 딱 떠오르는 건 회색빛의 건물들과 오토바이다. 첫날 맡았던 강한 향도 잊지 못할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본격적인 관광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