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상이 Feb 12. 2022

국수와 밥

임신하면 누군가 나를 조종하는 것 같다.

 임신을 하면 놀라운 변화들이 온다. 우선 평소에는 그렇게 먹고 싶지 않았던 음식들이 당긴다.


 첫째를 가졌을 때 심한 입덧으로 거의 4개월을 먹지 못하고 토하기만 했다. 5개월이 접어들자 신기하게 입덧이 조금 나아졌다. 음식들이 당기기 시작했다. 주로 국수나 냉면, 아이스크림이 당겼다. 맛있는 냉면을 먹고 저녁이면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그러나 적당한 양이어야 했다. 끼니때 많이 먹어도, 배가 허전해도 토했다.

 

 토하는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속이 울렁거리고 목이 아프고 온몸에 기운이 없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매일 한 번 이상 토하는 고통. 화장실 변기에 내 엉덩이 보다 얼굴을 더 자주 보여야 하는 고통.


 점심이면 어김없이 국숫집을 순례하고 다녔다. 오늘은 물국수, 내일은 비빔국수, 다음날은 또 물국수 순서로 아기를 낳을 때까지 국수나 면종류 찾아 삼만리였다.


 둘째를 가졌을 때는 오로지 밥만 먹었다. 국수나 면 종류를 먹으면 바로 토했다. 먹는 게 내 의지로 되는 게 아니었다. 된장찌개, 순두부, 백반 등 오로지 밥을 요구했다.


 첫째 때는 내가 먹고 싶다고 하면 남편은 잘 사 주었다. 그러나 둘째 때는 세 번쯤 말하면 한 번 들어주는 정도였다. 내가 원할 때마다 들어주지 않는 남편이 미웠지만 그 마음을 오래 갖고 있지는 않았다. 섭섭한 마음을 갖고 있어 봐야 나만 속상하니 그냥 찾아가서 먹는 게 속편 했다.


 한 번은 잘 차려진 정식을 먹고 싶은데 1인분은 안 된다고 해서 몇 군데 다니다가 결국 순두부를 먹었다. 조금 속상하기는 했지만 맛있게 잘 먹었다. 물건을 깎아 달라고 하거나 뭔가를 더 달라고 하는 등 요구하는 것은 잘 못하지만 혼자서 밥을 먹거나 뭔가를 하는 건 문제없었다.


 임신을 했을 때 먹고 싶은 게 다르듯이 두 아이는 외모, 성격, 취향이 다르다. 신기할 정도로 다르다. 큰 애는 활달하고 사교성이 많고 놀기를 좋아한다. 작은 애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조용한 편이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타입이다. 큰 애는 두루두루 좋아하고 작은 애는 자신의 취향이 확실한 편이다. 한 가지에 몰두하면 깊이 파 들어가는 데 반해 큰 애는 깊이는 없지만 폭은 넓은 것 같다.

 둘을 가졌을 때 태몽은 비슷하다. 큰 애는 높은 산에 올라갔는데 저 멀리서 밝은 태양이 떠오르는 꿈을 꾸었다. 둘째도 비슷하기는 한데 노을까지 붉게 물든 게 달랐다. 아마 둘 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서 즐겁게 인생을 살 것이라 믿는다.


 내가 부모가 되니 이만큼 자라고 성장하게 해 준 내 부모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두 분이 건강하시고 나 또한 건강하니 고마운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이상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