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상이 Oct 08. 2022

심란하지만, 멀쩡한 하늘

나와 다른 자연의 모습


진주 남강

 10월이 되었다. 

 9월의 들쭉날쭉한 기온과 달리 시월이 되면 쌀쌀한 기온이 느껴진다. 각 지방에서는 축제가 열리는 기간이다. 진주에는 ‘개천예술제’와 ‘유등축제’가 열린다. 


 또한 시월이 되면 결혼기념일과 큰 아이의 생일이 있다. 결혼을 하고, 기념일이 되면 우리는 서로 편지를 쓰고 작은 선물을 주고받았다. 


 결혼을 하고 5년에서 10년 사이가 가장 혼란스럽고 힘든 시기였다. 남편이 하던 일이 잘되지 않아 수입이 일정치 않았고 나 혼자서 가정을 꾸려가기가 힘든 시기였기 때문이다. 


 모든 것의 시작은 경제부터이지 않을까. 경제가 흔들리면 다른 것도 흔들린다. 그전에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미움이 내 안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남편이 꼴 보기 싫어졌다. 내가 남편을 미워하고 있는 게 느껴지자 당황스러웠다. 


 내가 왜 이러지? 


 일주일 정도 지속되는 내 감정에 나를 돌아봤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힘든 일이다. 내가 계속해서 남편을 미워하는 상태로 있고 싶지는 않았다. 미워하는 내 마음을 다독였다. 


 그때  남편이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다. 힘들게 마련한 집이었지만 매달 나가는 이자를 감당하기엔 벅찼다. 결단을 내렸다. 집을 팔고 전세로 들어갔다. 애들에게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전세로 살았던 3년 하고 조금 더 되는 시간. 주인 할머니의 간섭과 옆집에서 나는 소음, 힘겨운 더위가 있었다. 에어컨 없이 지독한 여름을 선풍기로 나야 했다. 여름이 되면 우리는 작은 거실이나 방에서 널브러져 있어야 했다. 너무 더워서. 아이들은 에어컨을 사자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전세로 살면 그 기간 동안은 내 집이라는 생각이었는데 주인 할머니는 자신의 집이라는 개념이 강했다.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을 참아내기가 힘들었다. 더불어 옆집에서 나는 소음은 정도를 넘어섰다. 아이들도 나도 힘들었다. 결국 집을 보러 다녔다. 더 이상 전세는 싫었다. 다른 누군가의 간섭을 받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가진 돈이 많지 않았지만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대출을 받아 내 집을 샀다. 단독으로 된 주택을 골랐다. 가장 크게 본 것은 소음이었다. 주변이 시끄러운 건 생각보다 고통이니까. 아이들에게 방 하나씩 주고 에어컨을 제일 먼저 샀다. 


 그렇게 이사를 한 지 벌써 4년이 되었다. 그리고 찾아온 시월. 평온한 일상이 고마워야 하는데, 어제 나는 어찌할 바 모르는 강아지 마냥 햇살을 봤다가 방에 왔다가를 반복했다. 내 마음이 들쑥날쑥하고 책상에 앉아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우울한 것인가? 검색으로 좋은 방법을 찾아봤다. 땅콩이 좋다는 기사에 시장에 나가 땅콩을 사서 삶았다. 여름 시트를 햇살에 말리면서 환한 햇빛을 바라보기도 했다. 마음이 쉽게 잡히지 않았다. 


 아침이 되어 강변으로 산책을 나갔다. 운동인지 산책인지 잘 모르지만 아무튼 걸으며 강물과 하늘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다 푸른 강물과 나무들을 보니 울컥해졌다.      


 그래. 이렇게 자연을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야.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지. 너는 뭐니. 지금 네가 가진 것과 바라볼 수 있는 것을 생각해봐.      


 내 마음은 괜스레 심란하지만 멀쩡한 하늘을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은 이래서 위대한 모양이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와 시어머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