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상이 Nov 07. 2022

포천의 마시마로

-포천의 지킴이들을 위하며

아들이 선물한 인형

  

 내 책상 위에 앉아 있는 마시마로. 보송보송 하얀 옷을 입고, 눈을 감은 채로 있다. 


 이 인형은 군대에 간 아들이 처음으로 1박을 받아서, 우리랑 만나 포천 일대를 다니다가 산정호수에서 딴 것이다. 


 산정호수에는 호수 주변을 걷는 길도 있지만, 즐기고 맛볼 수 있는 것이 많았다. 오리배를 타고 호수를 느껴보는 것은 너무도 오랜만이라 마치 처음 타는 느낌이었다. 


 여러 가지 놀이를 하다가 남편이랑 아들이 풍선 터뜨리기를 하였다. 풍선 터뜨리기는 팡, 팡, 터지는 짜릿함이 있었고, 다 터뜨리니 얻는 기념품이 있었다.


 별로 가지고 싶은 인형이 없었는데 눈썰미 좋게 마시마로를 골라 내게 준다. 


아들이 줘서 좋은 것인지, 인형이 귀여워 좋은 것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나도 모르게 배실배실 웃음이 나오며 신났다.


 1박 2일간의 만남이었지만, 우리는 즐거웠고 뜻깊은 시간을 함께 했다. 


 책상 위에 있는 마시마로를 보며 그날을 생각한다. 무사히 군 복무를 마치고 즐겁게 함께 할 일상을 그려본다. 다른 엄마의 말처럼 아들의 밥을 챙겨주는 귀찮은 일상이 금방이겠지만, 지금은 그런 날들마저 기다려진다. 


 포천에는 군부대가 많았다. 그들 모두 무탈하게 복무하길 바란다. 


 포천은 남부지방보다 춥다. 걱정이다. 추위를 많이 타는 아들이라 더 그러하다. 올 겨울의 날씨는 어떨까. 다른 해 보다 덜 춥길 바라고, 다른 해 보다 눈이 덜 오길 바란다. 


 아들이 어릴 때 눈을 보고 싶다고 해서 12월 말이나 1월이 되면 지리산 쪽으로 눈을 보러 갔었다. 올해는 기다리지 않아도 볼 확률이 크다. 잠시 눈을 즐기고, 길게 따뜻한 날들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렇게 쓰고 있으니 내가 바라는 바가 너무 많다. 내 걱정과 염려와 달리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위대한 이에게 기도하고 기도한다. 모든 군인들이 무탈하게 가족의 품으로 귀가하기를~~~. 

작가의 이전글 심란하지만, 멀쩡한 하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