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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Oct 27. 2021

빼빼 마른 몸

  중학교 2학년 때의 내 키는 158cm,  몸무게 34kg이었다. 한참 성장하고 있었던 시기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줄넘기를 하였다. 아침에 운동을 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요구 때문이었다. 줄넘기를 하고 아침밥을 먹고 학교로 갔다. 집이 시골이었기에 버스정류장까지 30분은 걸어야 했다. 그것도 고불고불 산길이었다. 모두 그렇게 다녔기에 불평이나 불만은 없었다. 30분을 걸어서 버스를 타면 다시 30분 정도 걸려 학교에 도착했다. 이러니 살이 찔 수가 없었다.


 같은 동네 친구들도 살이 찐 친구들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유독 마른 편이었다. 먹는 것에 관심이 없었고 사춘기라 잘 삐치고 토라지면서 밥을 자주 굶었다. 그게 사춘기의 시위였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도시락 두 개를 싸서 학교에 가서 야간자율학습까지 마치고 집에 오면 11시였다. 간식을 먹고 다시 새벽 2시까지 공부하다 자는 패턴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살이 찌고 있었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는 친구들과 수다나 간식으로 풀었다. 몸무게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지만 나는 의식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방 청소를 한다고 걸레질을 하는데 뭐가 ‘두두둑’ 하는 소리가 났다. 내 바지가 찢어지는 소리였다. 그것도 청바지가. 놀라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그런 경험은 난생처음이었다. 살이 쪄서 바지가 찢어졌지만 나는 심각하게 여기진 않았다. 바지가 찢어질 정도로 살이 찌고 있었지만 나는 보통의 몸무게라고 여겼다. 실제로 뚱뚱하지는 않았다. 다만 초등학교 때 친구들이 나를 보면 놀라기는 했다. 초등학교 때와 중학교 때 빼빼 마른 내 모습은 없었으니까. 고등학교 때는 학교생활에 충실했기에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에 내 몸무게가 많이 늘어났음을 실감했다. 옷들을 다시 사야 했다. 살짝 살이 찐 느낌이었다. 그때 내 몸무게는 50kg이었다.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내려왔을 때 내 몸무게는 55kg이었다. 엄마가 해 주는 따뜻한 밥을 먹으니 몇 달 만에 5킬로가 늘어났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면서 8킬로 늘어났는데 몇 킬로만 빠지고 더 이상 빠지질 않았다. 어떤 사람은 임신으로 18킬로나 늘어나지만 아이를 낳고 바로 빠졌다는데 나는 많이 찌지 않았음에도 빠지질 않았다. 운동을 하고 살을 뺴려고 할수록 살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내 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늘어났다. 누가 그랬지? 나잇살이 생긴다고. 나이가 들면 신진대사율이 떨어진다. 그에 비해 먹는 것은 늘어난다. 그렇게 살들이 찌는 것이다. 


 예전의 빼빼 마른 내 몸은 어디로 갔을까. 나도 빼빼 마르고 싶다. 살을 빼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먹는 양을 줄이고 술을 줄이고 운동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내 몸무게는 꿈쩍하지 않는다. 살에 대한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할 때가 사진을 찍을 때다. 분명 내 모습인데 낯설다. “내가 저리 돼지야” 사진 속의 내 모습을 부정하고 싶다. 사라져야 할 내 살들이 세월 따라 늘어났다. 어린 시절 내 모습을 상상하며 오늘도 열심히 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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