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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Aug 05. 2023

찰나의 즐거움과 양다리

 

인터넷에서 가져 옴.

 

어제 라디오에서 사랑에 대한 사연을 들었다. 

 매주 금요일 오후 5시 5분이 되면 하는 일반인의 사랑 사연은 내가 좋아하는 코너이다. 근데 어제는 한 여자가 어쩌다 보니 양다리가 되어 누구를 선택할지 고민하는 이야기였다. 


 보통은 양다리가 나쁘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사연을 들으면서 “꼭 양다리가 나쁜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어제 들었던 사연은 이랬다. 한 여자가 우연찮게 두 명의 남자를 알게 된다. 한 남자는 아버지의 땅이 아주 많은 부자라 편하게 놀며 맘껏 누리고 산다. 다른 남자는 여자랑 가까운 곳에 사는데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지만 순수하다. 돈 많은 남자에게는 묘한 궁금함이 있고 순수한 남자에게는 삶에 대한 진실과 성실함이 있다. 그녀는 의도치 않게 두 명의 남자를 만나고 있다. 한 사람과는 사귀는 중이고 다른 한 사람과는 그냥 편하게 만나는 사이다. 사귀는 사람은 한 명이지만 편하게 만나는 그 사람에게 관심이 가고 있으니 묘하게 양다리가 된다. 그렇게 만나고 있다가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선택하여야 하는 시점이 온다. 그녀는 누구를 선택할지 고민이다. 


 그때 라디오 진행자가 말했다. 

“나라면 아버지가 부자인 사람과 결혼하겠다. 결혼생활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화끈하게 돈 쓰는 맛을 느껴보면 깨지더라도 괜찮지 않을까?”


그 말은 묘한 쾌감을 주었다. 결혼은 진지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게 하고, 아버지가 부자인 사람은 망나니일 확률이 높다는 선입견도 깨지게 한달까. 또한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는 묘한 말이었다. 


 사연자인 그녀는 순진한 남자를 선택한다. 사연을 듣고 있는 나 역시 그를 선택하고 있었다. 그게 현실적이기는 하다. 왜냐하면 아버지가 부자인 그 남자는 실제적으로는 능력이 없다. 돈이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을 수 있다. 아버지가 그 남자에게 땅을 물려주지 않을 수도 있고, 물려받은 그 남자가 다 날릴 수도 있다. 그랬을 때 그 남자는 일어설 수 있을까. 온갖 생각들을 하게 된다.

 

 순진한 남자를 선택한 그녀는 말한다. 실제 결혼을 하려고 하니, 그 남자의 경제적인 상황은 예상보다 더 좋지 않았다고. 돈은 쉽게 모이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현재는 행복하다고.

 

 만약 똑같은 상황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아버지가 부자인 남자를 선택한다면 어떨까. 결혼할 때 선물로 멋진 집을 사 준다. 땅을 팔아서 건물을 하나 짓고 그 건물을 관리한다. 건물에서 나오는 월세로 둘은 생활한다. 둘은 편하게 지내면서 하고 싶은 취미를 즐긴다. 그렇게 여생을 편히 사는 삶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여행을 가고 싶으면 떠나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맘껏 먹고, 사고 싶은 물건 역시 가격을 생각하지 않고 산다. 그렇게 살면 어떨까. 그냥 상상해 봤다. 인생은 그리 만만하지 않기에 잠시 여름밤의 꿈처럼 행복하고 즐거운 상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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